정부가 26일 대우채권의 부실정도가 드러나는 대로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시장의 불안요인이 상당히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구상은 한투와 대투에 대해선 정부출자기관으로 하여금 출자토록 하는 방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나머지 투신(운용)사에 대해선 자체적으로 경영정상화를 꾀하도록 한다는 것.
▼경영정상화로 봉합▼
그러나 이를 두고 구조조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투신사 신탁자산의 부실이 대우채권의 시가평가만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전면적인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돼 총체적인 부실규모가 파악되지 않고서는 투신사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투신권 문제를 경영정상화로 봉합〓정부는 “투신권에는 시장리스크와 신용리스크가 있다”고 얘기해왔다. 시장리스크는 이른바 금리인상에 따라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신탁자산의 부실이 심화되는 것이며 신용리스크는 회사채 발행기업의 부실로 채권이 부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신용리스크는 사실상 대우에 상당 부분 국한된 문제로 대우 워크아웃 플랜 마련과 환매제한조치로 해결이 가능하며 시장리스크를 줄이기위해 금리안정을 꾀해왔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또 “한투와 대투는 현재 저금리체제에서 3∼4년 후면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이를 믿지 않고 불안해 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는 “ “대우 손실률이 50%에 이른다 하더라도 투신사들이 충분히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며 “이헌재위원장의 ‘인위적 퇴출보다는 경영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언은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투 대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투신사 구조조정의 시작이 아니라 봉합임을 시사한 것. 일반투자자들의 대우채권 환매비율을 보장한 것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다.
▽투신사 구조조정 아직 멀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금융연구원에서는 ‘투신사 구조조정은 채권시가평가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계속 주장해왔다.
▼“채권시가평가제 필요”▼
투신사 신탁자산은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되는데 주식과 달리 채권에는 시가평가가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신탁자산의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채권도 금리차에 따라 주식만큼이나 리스크가 큰 상품이므로 투신사가 과거에 채권을 산 가격과 현재 팔수 있는 가격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하고 이 괴리에 대해 투자자와 투신사(회사와 주주)가 책임을 분담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투신사 구조조정의 최종목적.
KDI 신인석(申仁錫)연구위원은 “한투 대투 등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투신사 신탁자산의 일부에 불과한 대우채권에 대한 해결책이지 그 자체가 투신사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