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물가상승률이 0.8%에 불과한 만큼 연내에 공공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인상률이 확정된 의보수가를 포함하여 전기 전화 철도 우편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의 인상시기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27일 재정경제부가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의보수가 등 주요 공공요금의 인상시기에 대해 관계부처간 협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상시기도 연내가 될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심리를 감안하여 인상시기를 저울질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올 상반기 중 공공요금 동결방침을 선언한 뒤 하반기에도 현재까지 고속도로통행료(9.8%)와 광역상수도요금(31%) 2개만 인상하는 등 공공요금 인상억제정책을 유지해 왔다.그러다가 올 물가상승률이 0.8%에 그치고 내년에는 3%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공공요금 인상시기에 대해 재경부내에서 엇갈린 주장이 제기된 것.
연내 인상하자는 주장은 내년에는 방만한 통화관리와 임금상승압력 등으로 물가여건이 더욱 좋지 않은 만큼 공공요금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올해보다 더욱 클 것이란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11월초 대우사태 해결방안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여부를 살펴야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물가안정 요구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공공요금 인상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고민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 박인례(朴仁禮)사무총장은 “공공요금 인상시기의 선택이 정치적 이유로 결정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며 “올릴 이유가 있으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총장은 “정부가 공공요금에 수익자부담원칙만 강요하는 것은 공공요금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공공요금 인상 자체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올해 물가상승률 수준과 관계없이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있으면 반영해야 한다”며 “공공요금 인상억제는 공기업의 적자로 나타나고 이는 국민세금으로 보전되는 만큼 어차피 국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관여하는 공공요금은 철도 우편 전기 전화 고속도통행료 TV시청료 공항이용료 시외버스요금 고속버스요금 의보수가 유선방송이용료 자동차보험료 국공립대납입금 등 14개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는 공공요금은 시내버스요금 택시요금 지하철요금 도시가스요금 상하수도료 쓰레기봉투료 정화조요금 유원지입장료 중고교납입금 등 10개다. 지자체 관할 공공요금중 올해 인상된 품목은 상수도료(12.1%) 하수도료(9.6%) 쓰레기봉투료(2.8%) 정화조청소료(1.1%) 중고교납입금(8.9∼9.3%) 등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