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 3개社, 청와대서 성공사례 발표

  • 입력 1999년 10월 27일 19시 14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win―win)합작, 외국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은 발빠른 규제완화, 한국의 틈새시장을 간파한 안목의 개가.27일 청와대에서 ‘외국인투자기업 성공사례’로 발표된 한화기계, 모토로라반도체통신㈜, IG 코퍼레이션의 ‘한국 진출기’는 외국인 투자유치의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윈윈 합작〓작년 구조조정에 쫓기던 한화는 알짜배기인 베어링 사업부문을 외국업체에 넘겨야 했다. 인수자는 세계 유수의 베어링 업체인 독일의 FAG사. 한화는 30%의 지분만 남긴 채 작년 10월 합작회사인 FAG 한화베어링을 출범시켰다.

합작 1년만에 한화나 FAG는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한화의 입장에서는 매각대금으로 받은 3250억원이 회사 경영에 ‘피가 되고 살이 됐다’. 5140억원에 달하던 부채를 1075억원으로 확 줄였고 자기자본을 1430억원에서 2579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360%에서 42%로 낮아졌다.

올들어 경영실적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매출액은 20% 증가했고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도 10%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 개선과 회사경영 정상화에 따른 원가절감 노력으로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발빠른 규제완화(모토로라반도체통신㈜)〓67년 한국에 진출한 이 회사는 95년 반도체 생산공장 이전 문제가 벽에 부닥쳤다.공장이 서울시내에 있다 보니 생산설비의 현대화나 재배치가 여의치 않아 파주지역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곳이 공교롭게도 군사보호지역. 고도제한 등 대규모 공장설립에 대한 규제가 많았고 인프라 시설도 열악했다.

청와대가 이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결국 정부―경기도―파주시의 ‘관관 협조체제’가 가동돼 공장이전을 할 수 있었다. 특히 파주시는 “미군기지보다 외국기업 유치가 더 훌륭한 안보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역발상으로 걸림돌을 스스로 없애나갔다.

조지 터너 사장은 청와대에서 “한국정부의 열린 마음을 확인했다”면서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틈새시장 공략(IG 코퍼레이션)〓일본 PICA사는 한국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을 수입해 일본에 판매하던 업체. 한국에 투자처를 찾던 이 회사는 한국의 사다리 산업이 영세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업종이라는 점이 오히려 구미를 자극했다.10억원을 들여 설립한 IG코퍼레이션은 생산라인 반자동화와 철저한 품질지도로 지금은 경쟁국인 대만을 추월해 유럽시장의 10%를 점유하고 있다.독립 브랜드로 지난해 37억원 어치의 사다리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에는 60억원어치를 수출할 계획.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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