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현물주식 및 국책은행을 동원해 3조원을 출자한 다음 내년중 코스닥시장에 등록,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한다.
현대투신증권 서울투신운용 등 대주주가 있는 투신(운용)사는 ‘대우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자체 자본금 확충방안을 속속 확정하고 있는 가운데 18조원에 이르는 대우계열사의 무보증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조기 유동화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4일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투신권 자본금확충을 비롯한 금융시장 종합안정대책을 확정한다.
▽대우 주력사 손실률〓자산부채 실사결과를 토대로 따져본 결과 손실률은 ㈜대우가 73.4%로 가장 높고 △대우자동차 50% △대우전자 40% △대우중공업 30%로 잠정 집계됐다.
손실부담률이란 적정차입금 규모를 초과하는 차입금(구조조정 차입금)을 총차입금으로 나눈 것으로 채권단이 채무구조조정을 통해 실제 떠맡게되는 부채의 비율이다.
㈜대우의 경우 총차입금 22조7000억원중 ㈜대우가 영업활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감당 가능한 적정 차입금은 6조∼9조7000억원선. 적정차입금 규모를 6조원으로 잡으면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조정해줘야 할 차입금은 16조7000억원에 달해 채권단 손실률(필요채무조정비율)이 73.4%에 이른다.
채권단은 자산초과 부채 규모인 14조5000억원을 전환사채(CB) 형태로 인수하고 나머지 2조2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한편 신규자금도 1조원 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총차입금이 9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자동차의 자산초과 부채규모는 3조∼5조원. 실사기관과 대우측간에 향후 현금흐름에 대한 전망이 엇갈려 채무조정액 확정이 미뤄지고 있지만 손실률이 50%선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은 2일 업체별 운영위원회를 열어 워크아웃 방안의 골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지만 4개사의 채권단 여신이 49조6000억원으로 대우그룹 전체 여신의 83%를 차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産銀-企銀이 최대주주로▼
▽투신 경영정상화〓한투에는 산업은행이 1조1000억∼1조2000억원을 출자하고 정부가 6000억원을 현물로 투입한다. 대투에는 기업은행이 5000억원, 정부가 현물로 4000억원을 수혈한다.
이렇게 되면 한투는 산업은행, 대투는 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되며 정부는 각각 2대주주가 된다.
정부는 담배인삼공사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보유주식을 현물로 출자해 금융구조조정 재원으로 마련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을 최대한 아낀다는 복안이다.
나머지 3000억∼4000억원은 한빛 조흥 외환은행, LG 현대 동원 대신 등 기존 주주들(제일 서울은행 제외)이 분담한다.
지배주주가 뚜렷한 투신(운용)사들은 정부의 독려에 따라 잇따라 증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투신증권(옛 국민투신) 6000억원, 현대투신운용 10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내년 2월초까지 실시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서울투신운용 대주주인 한진투자증권과 대우증권도 1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고 삼성증권 역시 자회사인 삼성투신운용 증자에 4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우무보증채권 조기 유통▼
▽대우 무보증채 유동화〓투신사 경영정상화 외에 정부가 내놓을 금융시장 종합안정대책의 핵심은 17조9000억원에 이르는 대우 무보증채에 관한 것.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7월까지 덮어두기로 한 대우 무보증채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기에 유통될 수 있다면 금융시장 불안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 무보증채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12개 계열사의 자산부채 실사결과가 속속 드러나는 만큼 손실률만큼 할인한 뒤 성업공사 채권으로 교환해 유통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성업공사가 사들여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한다는 것.
▽기타 안정대책〓대우손실에 따른 투신권 부실이 공적자금 투입 및 자체증자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정부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를 시작으로 금융기관 수익증권 환매제한을 단계적으로 허용할 계획.
개인 및 일반법인의 대우채권부분 환매에 대해서는 10일 이후 80%, 내년 2월8일 이후 95%를 돌려준다는 당초의 약속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로 했다.
또 대우계열사에 대한 채무재조정과 투신권 지원 등으로 손실을 입게 될 은행에 대한 대책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 기업은행 등에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경우에 대비, 추가출자를 검토하기로 했다.
〈박원재·정경준·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