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정부의 기본방침은 김회장에게 설사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해도 열정과 도전으로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대우에 대한 기득권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정하겠다는 방향이 우세했다.
그러나 회계법인의 실사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이 엄청난 규모로 드러나고 부실행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감독당국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고조되어 왔다.
이위원장의 이날 언급도 정부내의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위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외 어디가 됐든 발생하는 불법행위와 도덕적 해이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대우문제 처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내비쳤다. 그는 특히 “받아야 할 돈을 받지 않았다거나 횡령을 하는 등의 행위”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실제로 회계법인의 실사과정에서 이같은 불법행위가 상당히 드러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회계법인의 실사결과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규모가 24조원에 이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임추궁의 대상이 되고 남는다.
특히 이번 실사에선 장부에 드러나지 않는 부실이 많았다는 것은 대우 임직원들의 배임 등 불법행위가 상당히 드러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확인하기는 쉽지 않지만 하청업체에 대한 물품대금 횡령, 수출대금의 해외유보 등 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크고 작은 불법들이 저질러졌음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대우뿐만 아니라 분식회계를 방조한 회계법인과 부실을 알고도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한 신용평가기관도 회사측과의 담합 등이 드러나면 형사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경우에 따라서는 대우관련 회계법인 중 한두 개는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튼 정부가 김우중회장과 대우의 핵심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책임추궁을 언급하고 나선 배경에는 국민세금으로 대우부실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명분축적의 필요성이 깔려 있다는 풀이가 많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