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체제 가는 전경련]정부압박-현대 ‘속사정’ 작용

  • 입력 1999년 11월 3일 00시 54분


정몽구(鄭夢九)현대회장 체제로 출범할 것으로 보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갑자기 회장 후임인선을 보류하고 김각중(金珏中)회장대행체제를 선택하는 ‘이상기류’에 빠졌다.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은 2일 주요그룹 회장들과의 회동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모두 회장직을 고사하는 바람에 후임을 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의 물밑 압박과 현대측의 복잡한 ‘속사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회장은 지난달 20일 도쿄모터쇼에서 공개적으로 “전경련 회장직 제의를 받으면 수락하겠다”고 밝혀 가장 유력한 후임회장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전경련내에서도 정회장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날 전경련회장단 회의가 3시간의 난상토론 끝에 후임인선을 보류함에 따라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도 정회장이 추대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층에서 정회장 취임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압박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의 “오너출신 회장은 곤란하다”는 발언도 이같은 정부내 기류를 강조한 것.

A그룹 관계자는 “대북(對北)사업권을 장악한 현대와 정권과의 유착설이 정부에 부담을 준 데다 현대가 연내 부채비율 200%를 맞추지 못할 경우 전경련내 정회장 입지가 애매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현대그룹을 양분하고 있는 정몽헌(鄭夢憲)회장과의 ‘현대 정통성 경쟁구도’가 더욱 복잡해진다는 지적도 그룹 안팎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래정·박정훈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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