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부대책이 발표되자 주식시장은 ‘주가 폭등’으로 화답했고 자금시장은 ‘금리 안정’으로 신뢰감을 표시했다.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나온 다섯번의 정부대책 가운데 시장이 처한 상황과 시장의 요구사항을 가장 정확히 짚었다”며 “정부가 비로소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장다루는 법에도 눈을 뜬 것 같다”고 평가했다.
▼"투자심리 안정 큰 도움"▼
▽호의적인 반응〓굿모닝증권 이근모(李根模)상무는 “정부가 이번 대책의 목표를 투자심리 안정에 뒀다면 99%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병익(李炳益)펀드매니저도 “최소한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투신권의 정상화를 통해 환매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대부분 알려져 사실상 새로운 게 별로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그만큼 정부의 의지와 대책의 현실성이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 정명창(鄭明昌)금융시장국장은 “이달들어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고 금리가 안정을 유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대책의 내용이 흘러나와 시장의 거래심리가 살아난 덕택”이라며 이번 발표로 금융시장 안정기조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사자" 러시▼
▽외국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날 주가폭등의 직접적인 요인은 외국인들의 강도높은 매수공세. 외국인들은 △1일 1378억원 △2일 2163억원 △3일 2300억원의 주식을 산데 이어 이날도 무려 2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1월4일 3835억원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인들과 기관의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등한 것은 외국인들이 단기급등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매수주문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메릴린치증권의 김헌수(金憲洙)조사담당이사는 “한국의 금융시장이 대우사태가 촉발한 불안양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것 같다”며 “주가도 경기회복추세와 기업실적을 반영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음 놓기는 이르다"▼
▽그래도 낙관은 금물〓일부 채권금리가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에서 보듯 시장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라는 분석.
자금시장에서는 채권안정기금 증액 등이 정부대책에 포함되지 않은데 대해 투신권과 은행 신탁계정 등이 실망매물을 쏟아내면서 오히려 시장금리가 상승기조로 돌아서기도 했다.
채권 딜러들은 “현재의 채권시장에서 심리적 불안요인은 거의 사라졌지만 채권안정기금 외에는 이렇다할 매수세력이 없어 확고한 안정기조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종합주가지수 800선에서 매입한 주식을 팔아 매매차익을 실현하는 등 주식보유비중을 줄여나가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융시장의 안정여부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10일 이후의 환매규모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공세 지속여부 △무디스 실사단(10∼12일)의 실사결과 등 세가지 변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재·이강운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