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중이 내년부터 50%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전직 장관과 차관 등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들이 속속 민간기업 사외이사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사외이사로 활동중인 전직 장차관은 줄잡아 30여명. 여기에 경제단체에서 운영하는 사외이사 양성과정에도 100여명의 전직 고위관료들이 몰려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일 시작하는 사외이사 양성과정에는 이계익 전교통부장관, 김시중 전과학기술처장관, 황영하 전총무처장관, 이강우 전공정거래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 4명을 포함해 전직 장차관 인사 42명이 지원했다.
전경련 이용환상무는 “내년부터 사외이사 수요는 크게 늘지만 기업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로비력을 갖춘 인사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국가경영에 참여했던 전문 관료들의 풍부한 경험을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과정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과정을 수료한 인사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기업에 추천할 예정.
전경련외에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고급인력센터와 대한상의의 사외이사 양성과정에도 50여명의 전직 장차관이 사외이사 ‘발탁’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사외이사로 활동중인 대표적 전직 고위 관료는 김용진 전과학기술부장관, 박용도 최홍건 전산업자원부차관, 추준석 전중기청장, 송태호 전문화부장관 등. 관세청장과 은행감독원장 등을 거친 김전과기부장관은 LG전자 한국산업리스 산은캐피탈 등 3개사에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전직 고위관리들이 사외이사감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이들의 경륜과 풍부한 인맥이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업들이 판단하기 때문.
고위관리들의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퇴임 후 산하 공기업의 장(長)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이 크게 좁아지자 사외이사 진출을 선호하고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