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문제점과 개선방안]"국민신뢰 회복 선행돼야"

  • 입력 1999년 11월 9일 00시 22분


“30여년동안 조국 근대화에 매진해온 재계가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단 20인 중 한명인 조석래(趙錫來)효성회장이 8일 기자간담회에서 털어놓은 ‘자아비판’이다.

조회장뿐만 아니라 상당수 재계 인사와 식자층이 전경련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시민단체에선 존폐론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전경련측은 철저한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제기된 비판의 상당부분에 대해서는 섭섭해하는 분위기.

▼ 366개법인 64개단체-회원사 요구 반영못해 ▼

▽전경련, 재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나〓민간 임의단체인 전경련에는 현재 366개 법인 외에 64개의 단체회원을 두고 있다.

단체회원 중에는 경영자총협회 능률협회 생산성본부 등 굵직굵직한 단체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전경련은 특히 올해 창립 이후 가장 많은 59개 회원사를 유치했으며 이중엔 한국3M 등 외국기업이 15개나 끼였다.

업종별로는 유화업체의 39개 회원사를 비롯해 21개 업종의 회원들이 골고루 분포됐다.

전경련은 “김우중(金宇中)회장 재임시절엔 유상부(劉常夫)포철회장을 철강업 대표로 영입하는 등 회장단 멤버에 업종 대표성을 가미하기도 했다”며 대표성에 큰 무리가 없다고 주장.

그러나 업종별 단체나 회원사들의 목소리가 골고루 반영되는 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단체회원 임직원들은 전경련 가입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전경련 산하 20개 위원회(특별위원회 2개 포함) 참여도도 빈약하다는 비판이다.

▼ 5대그룹 편향 비난-다양한 의견 수렴해야 ▼

▽6대 이하 그룹 목소리가 반영되나〓전경련은 ‘5대그룹 오너들이 좌지우지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올해 240억원에 달하는 전경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5대그룹 및 계열사들이 분담하고 있으며 그들의 협조가 없다면 전경련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

전경련측은 “정부가 5대그룹관련 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이에 대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5대 편향’이란 비난을 사게 됐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임의단체인 만큼 예산을 가장 많이 부담하는 5대그룹 주장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6대 이하 그룹에서는 전경련 주장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6대 이하그룹에 출자총액제한제도적용 등은 큰 이해관계가 없는 데도 지나치게 반응한 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너들 스스로 회원기업들의 이해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 운동단체들은 “대주주 이해와 법인의 이익은 얼마든지 상충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 개혁委 중기대표 참여-사무국체제 개편 추진 ▼

▽전경련 개혁위원회〓전경련은 11일 회장단회의의 의결을 거쳐 설립될 개혁위원회에 벤처 중기대표들을 대거 포함시킬 예정. 또 사무국은 일본의 경단련 영국 CBI 등 각국의 경제단체 운용실태를 점검해 합리적인 조직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경련에 대한 국민의 ‘정경유착, 중기말살’ 등의 인식이 살아있는 한 빠른 시일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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