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를 ‘구석기 법률’이 통제하고 있다. 인터넷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법률의 개정 제정이 시급하지만 대부분의 정보화 관련 법률은 여전히 ‘동면(冬眠)’상태에 있다.
정부는 95년부터 정보화 법률 정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보통신부를 통해 새로 만들거나 고쳐야 할 법과 제도를 연구하고 과제를 선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해 올해안에 개정하기로 했던 23개 법률중 실제로 개정이 된 것은 법인세법 시행규칙과 표시광고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 단 2개에 불과하다. 정통부가 만든 개선안이 해당 부처의 정보화 인식 부족으로 거부되기 일쑤이기 때문.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정통부의 ‘원격진료에 관한 법률’제정추진에 대해 “원격의료기관이 활성화돼 있지도 않다”며 법제화를 반대한 것이 사례. 인터넷 시대에 사이버 의료 상담과 원격 진료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둠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의료 분쟁을 예방하자는게 법개정의 취지였으나 담당 부처에서 거부된 것.
재정경제부도 전자화폐의 유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전자자금 이체법’에 대해서 2000년 이후에나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 전자자금이체법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법제화된 상태다.
이밖에 행정자치부는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이의신청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대해서 “하나의 사안으로 법을 개정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아람법무법인 손경한(孫京韓)변호사는 “정보통신 관련 법규는 지나치게 규제적인 측면이 있고 법 상호간에 모순이 된다든지 부처이기주의로 인해서 진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향적인 자세로 정보통신 관련 법체계를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