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9세 노구의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회장이 11일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을 유선방송 등으로 지켜본 일부 임직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0일부터 세계적 엔진제작사인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공동으로 ‘국제항공안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잇따른 운항사고로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조양호회장이 직접 해외의 유명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을 초청한 야심찬 행사.
그러나 조회장 3부자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서울 하얏트호텔에 마련한 행사장은 ‘초청자 없는’ 썰렁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막바지에 접어든 델타항공 에어프랑스와의 ‘글로벌 얼라이언스’계약이 행여 이번 사건으로 지장을 받을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3부자의 거액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여론은 차가운 반응. 그러나 그룹내 기류는 약간 다르다.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임직원을 퇴직시킬 때에도 한진은 급여를 낮추는 방식으로 인원삭감을 최소화했던 것.
조중훈회장은 평소 “내가 뽑은 사람을 사정이 어렵다고 내보낼 수 있느냐”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30년 동안 한우물만 파면서 국내 물류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점도 인정해야 한다는 ‘과거참작론’도 일각에서 나오는 형편이다.
평소 한진그룹의 경쟁그룹으로서, 대소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금호그룹도 조양호회장의 구속이 ‘남의 일’같지 않다는 표정.
대주주 일가의 주가조작 사건수사가 마무리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