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권의 환매가 금지된 지난 7월 이후에도 상당수 투신사 창구에서 대우채권을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사고 파는 ‘펀드간 부당편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펀드간 부당편출입은 투신사가 일반투자자들에게 비싼 값으로 대우채를 몰래 떠 넘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설 한국채권연구원은 21일 무보증 회사채(대우채 포함)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우채의 부당편출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투신 및 투신운용사들이 7월 이후 대우채를 포함한 투기등급채권을 펀드간에 부당편출입한 사실을 일부 포착했다”며 소문으로 떠돌던 펀드간 편출입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겉과 속이 다른 대우채권〓투신사의 채권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우채권은 대우사태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 1월에도 정크본드(투자부적격채권)수준의 가격으로 거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우가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인 (A등급의 최하위)이었지만 실제 할인율은 보다 평균 2.35%포인트 높은 수준(싼 가격) 즉 투자부적격 등급인 BB0 수준에서 거래됐다.
채권연구원은 올들어 10월말까지 발행된 ㈜대우 무보증회사채 5조1000억원중 투신사들이 거래한 ㈜대우 회사채는 대우채환매가 금지된 7월19일 이전엔 2조8000억여원이며 7월19일 이후에도 1조5000억여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측은 “기관투자가들은 작년말부터 대우채권을 투기등급채권으로 취급했지만 이런 사실을 모른 것은 개인투자자들 뿐이었다”고 지적한다.
◆시가보다 비싸게 거래
▽펀드간 편출입이 빈번했다〓지난 7월19일 이후 투신사들의 회사채 거래양상의 두드러진 특징은 ‘채권을 시가(시장에서 평가하는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다른 펀드로 떠넘겼다는 것.
투신사들은 7월19일 이후 10월말까지 BBB-(투자적격의 최하위등급)등급의 무보증 회사채를 실제 적용금리보다 평균 2.4%포인트 낮은(높은 가격) 수준에서 사고 팔았다. 투자부적격인 BB0회사채도환매금지이후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됐다.
◆기관투자가손실 보전
채권을 비싸게 사준 점을 감안할 때 투신사간의 거래로 보기는 힘들다. 채권연구원측은 “대우사태 이후 채권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법인이나 기관들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들 펀드에 들어있던 투기등급채권을 같은 투신사에 개설된 개인투자자 펀드로 떠넘긴 것 같다”고 추정했다.
▽우려되는 투신사고객 피해〓투신사 고객들은 지난 8월12일 대우채권의 부분환매조치가 실시되면서 분통을 터뜨려야했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7월19일 이후에 가입한 펀드에도 대우채권이 무더기로 편입돼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량채권으로만 운용하는 신종MMF(머니마켓펀드)에도 대우채권이 버젓이 들어가 있었던 것.
금융전문가들은 “투자부적격 채권이 대거 편입된 펀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펀드수익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환매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현재 투신사가 판매하고 있는 하이일드펀드(고수익펀드)에도 이같은 불법적인 편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