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시중銀 민영화때 재벌참여 막기로

정부는 국유화된 시중은행의 민영화과정에서 재벌의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또 보험 증권 종금 투신 등 제2금융권도 사외이사제강화 등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재벌그룹으로부터 분리시켜 나가는 등 재벌의 금융지배를 차단해나가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내년 하반기부터 국유화된 시중은행들의 정부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되 이 과정에서 재벌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국민주공모방식’ ‘해외경쟁입찰’ 등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재경부는 특히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한국경제 중장기비전안(2000∼2010)’에 명문화하여 어떤 형태로든 재벌의 은행지배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

재경부 관계자는 “산업자본이 은행자본을 지배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다”며 “제2금융권도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재벌의 통제에서 벗어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위는 내년 하반기부터 조흥 한빛 외환은행의 정부지분 매각에 착수하고 서울 제일은행의 민영화는 경영정상화시점까지 늦추기로 했다. 또 지분은 10%정도씩 매년 단계적으로 매각하고 매각방식은 국민주공모방식과 해외경쟁입찰을 혼용하기로 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재벌의 은행지분 소유 허용여부에 대한 논란이 한때 있었으나 최근 정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웨덴 노르웨이 등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을 볼 때 정부 소유 지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매각하느냐가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관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재벌을 배제할 경우 대규모 물량을 누가 인수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지만 내년 금융주의 전망이 밝아 주식매수 희망자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는 ‘은행 주인찾아주기’가 은행의 효율성 제고와 책임경영체제확립을 위해 필요한 만큼 재벌의 경영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은행 민영화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동일인은 원칙적으로 시중은행에 대해 4%의 지분을 초과해 소유할 수 없으며 그 이상을 보유할 경우 금감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임규진·박현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