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 신제품 '퇴출' 속출

  • 입력 1999년 12월 8일 17시 57분


국내 스낵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해태제과의 맛동산. 75년5월 시장에 나온 후 25년 가까이 인기를 끌어온 장수제품이다. 최근에도 한달에 50억원어치 가까이 팔리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값이 저렴한 땅콩 스낵이 IMF 이후 더 인기를 끌자 라이벌인 롯데제과는 98년 초 ‘땅콩범벅’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2년도 못돼 생산이 중단됐다. 맛동산의 아성을 깨뜨리는데 실패했기 때문.

◆성공률 20%도 안돼

롯데가 96년 초 선보인 화이트이껌은 반대의 경우. 화이트이껌은 현재 월 15억∼20억원 어치씩 팔리고 있다. 해태에서 비슷한 개념으로 미백껌을 내놓았지만 곧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LG화학이 97년1월 내놓은 클라이덴치약은 치아 미백효과를 강조해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클라이덴이 전체 치약시장의 8%를 점유하며 히트를 치자 경쟁사인 T사, A사 등이 비슷한 제품을 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그해 연말 IMF로 고급 치약시장이 축소되면서 후발 제품은 시장점유율 1% 미만으로 사그라들었다.

제조업체마다 매년 수많은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이 최근 94년부터 97년6월까지 국내 제조업체가 선보인 5000개 소비재 신제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성공률은 20%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선을 유지하는 선진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타율이 낮은 셈.

AC닐슨 관계자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데다 모방상품 비중이 높은 점이 국내 신제품의 실패율이 높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AC닐슨은 2년을 평가기간으로 설정하고 처음 12개월 동안 소매점 취급률이 20% 이상 증가하고 나머지 12개월간은 꾸준히 증가할 때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출시후 12개월은 증가세를 보이다가 감소세로 돌아설 때는 불안정, 출시후 24개월 이내에 상품이 사라지거나 저성장하는 경우를 실패로 보았다.

◆'따라 만들기' 실패원인

신제품 실패율은 제과 음료업계에서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 개조가 쉽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놓고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경쟁사의 히트상품을 흉내내는 ‘미투(Me Too) 제품’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실패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제과업계의 경우에는 매년 100여가지 신제품이 나오지만 월 1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 제품은 불과 2,3개에 불과하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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