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업 수출 원高 '빨간불'…수출목표 재조정 불가피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원화 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 동남아산 제품과 경쟁하는 섬유 신발류 등 경공업 제품은 수출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반도체 박막트렌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휴대전화 PC 조선 등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들은 엔고의 영향으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아 수출구조의 왜곡현상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는 8일 김재철(金在哲)무역협회장과 현명관(玄明官)삼성물산부회장 이원호(李源浩)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수출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줄 것을 건의하기로 하는 한편 자체적인 대응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무역협회 유인열이사는 “국내 수출산업의 경상이익은 평균 5.9% 수준인데 원화는 작년말보다 5.5% 가량 절상됐다”며 “중국 대만 등은 환율이 안정돼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도 이날 “외환위기 이후 환율상승에 따라 수출단가를 많이 내렸으나 최근 환율하락에도 바이어들이 단가를 회복시켜주지 않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섬유업계는 올들어 지난달까지는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연말까지 170억달러 수출은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입이 급증 추세여서 업종별 흑자규모는 당초 목표인 140억달러를 채우지 못하고 13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의류업체 신원의 관계자는 “내년 주문환율을 1100원에서 1050원으로 하향조정해야 할 것같다”면서“예상영업이익의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 내년부터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해외에 공장을 이전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합상사들도 내년 환율전망을 놓고 고심하는 중.

현대종합상사는 당초 내년 평균환율을 1130원대로 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으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환율을 평균 1100원대로 예상한 삼성물산도 재조정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

중화학공업은 엔화의 지속적인 강세로 경공업보다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이하까지 급격히 떨어지면 업종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의 경우 유가상승으로 소재와 부품의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한데다 환율이 하락하면서미국산과유럽산자동차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일본과 경쟁하는 조선업은 원―엔 환율이 11대1 수준이어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조선업계는 원―엔 환율 10대1까지는 국내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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