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환율 전망]당분간 1120∼1140원 등락 거듭할듯

  • 입력 1999년 12월 8일 19시 34분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곤두박질치면서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거리자 환율안정을 책임진 외환당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말의 상황과 빗대어 “당국이 어떤 카드를, 어떤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국제 환투기세력의 대응양식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시장의 안정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2년 전과 다른 것은 당시에는 정부의 노력이 환율급등(원화가치 하락)을 저지하는 데 모아진 반면 지금은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막느라 애쓴다는 점.

최근들어 물가를 낮추기 위해 일정 수준의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던 당국은 새삼스럽게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시장의 원화강세 심리를 반전시킬 만한 획기적인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어느 선으로 개입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조차 확고하지 않은 인상.

무역업계는 환율안정을 위해 정부가 강력히 개입할 것을 촉구하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에 환율을 시장의 자율조절 기능에 맡기는 편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현재의 달러투매 현상이 원화강세를 우려한 심리적 요인보다 수급불균형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개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이유때문.

군사작전 하듯이 목표치를 정하고 무지막지하게 지키려는 식의 개입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더해가는 분위기.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기능에 맡기되 당국은 속도만 조절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홍승모(洪承模)딜러는 “시장흐름을 거스른 채 목표 환율을 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10월 중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돼 달러가 넘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달러당 1200원선에만 집착하는 바람에 이달들어 정작 개입이 필요할 때는 당국이 힘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원―달러 환율의 급락세가 8일을 고비로 일단락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

연말 안에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당분간 달러당 1120원을 저지선으로 삼은 상태에서 1120∼1140원대에서 불안한 오르내림을 거듭할 것으로 딜러들은 내다봤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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