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기업인의 박수조차 없이 입장한 이위원장은 2년간 재벌개혁의 선봉장에 섰던 탓인지 “남의 집에 갈 때는 크든 작든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인색해서 빈손으로 왔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다.
이어 그는 두가지 예를 통해 현재 기업이 처한 상황을 지적했다.
백과사전시장을 200여년이 넘게 장악했던 영국의 엔사이클로피디아사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CD롬 백과사전인 ‘엔카르타’ 하나로 쇠퇴한 사례와 금융후진국인 스페인의 은행이 피레네산맥을 넘어 유럽의 은행 사냥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
그는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있고 없고가 앞으로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 하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혁을 통해 개방경제구조로 치닫고 있고 상당수 은행의 대출결정권을 외국자본이 주도함으로써 대출기준이 바뀌고 있는 마당에 자산을 부풀리는 식의 과거 경영관행으로는 곤란하다는 것.
그는 “정부도 내년부터는 직간접적으로 기업 개별사안에 대해 간섭하는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시장이 순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내년에 시스템 개선에 주력해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와 기업평가 및 은행의 대출심사가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엄격하게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1시간 가량의 강연이 끝난 뒤 질의 응답시간에는 재계에서 한명의 질문자도 나오지 않아 이날 강연은 싱겁게 끝났다. 강연이 끝난 뒤 한 중견기업인은 “말처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라며 강연장을 떠났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