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주식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달러의 공급초과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환율안정만을 꾀하다간 물가불안 금리상승 등 부작용만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정부대책과 배경〓재경부는 최근의 환율급락 원인이 달러의 과잉공급에도 있지만 환투기세력에 의한 농간에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안정을 위해선 수급조절과 함께 시장심리의 안정이 시급하다는 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8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700억원의 순매도에 나섰는데도 이날 하루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원 하락했다. 정부가 환율하락을 용인할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경우 내년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제2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수급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리상승 등을 우려해 외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주저했지만 앞으로 과감하게 발행한다는 전략이다. 당장 15일 10억달러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한 뒤 추가로 20억달러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문제점〓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환율안정에 실패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외평채발행으로 금리상승을 초래하고 달러 매입에 따른 원화공급 확대로 물가불안이 나타나는 가운데 달러 투매현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24일 1조원어치의 외평채를 발행했으나 회사채금리는 연 9.5%에서 9.7% 수준으로 상승한 반면 환율안정에는 실패했었다.
외환은행 이창훈(李昌勳)과장은 “시장이 심리적 공황으로 치닫는 상황이어서 장관의 경고가 불가피했다고 본다”며 “정부가 외환수급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다가 호되게 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심재길(沈在吉)외환거래팀장은 “또 한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문했다.
한편 JP모건사는 “한국정부가 저지하려 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유입과 경상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원화가치 상승(원―달러환율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역할은 속도조절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