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신공항 무상임대 요구 물의…정부 조건부 수락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주한(駐韓)미군 당국이 2001년 개항하는 인천신공항 내의 각종 편의시설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해줄 것을 국방부를 통해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건설부가 이 요구에 대해 ‘조건부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차입금 부담을 안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재무구조 개선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군당국의 요구는 ‘수익자 비용부담’이라는 대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군측은 올 9월경 국방부와 건교부를 경유한 공문을 통해 신공항 편의공간 임대와 관련해 ‘김포국제공항 시설이용에 준하는 혜택을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미군측이 요청한 시설은 △헌병참모부 운영시설 △의전 및 VIP접대실 △미군위문협회 운영시설 △인사보충중대 구역 및 시설 △우편취급소 등 5가지. 미군측은 특히 우편취급소에 대해서는 부지 무상대여는 물론 시설 건립까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교부 고위관계자는 9일 미군측의 이같은 요청사실을 확인하면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요청을 수락하되 우편취급소 건립 건은 어렵다는 내용의 회신을 국방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포공항의 경우 화물터미널의 확장 예정부지에 이미 미군우체국이 들어서 있어 다른 곳에 우편취급소를 건립해줬던 것”이라며 “신공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정부는 직접적인 예산통제를 하는 김포국제공항관리공단에 대해서는 미군측에 무상으로 부지 등을 빌려주도록 강제할 수 있으나 ‘주식회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주한미군측은 현재 김포공항 부지내에 장병 안내데스크와 우편취급소 등을 무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군당국에 대한 무상시설 임대 방침은 ‘인천공항을 동북아 중심공항으로 육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16개 정부기관들의 시설사용을 유료화한다’는 기획예산처의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인천신공항의 1단계 공사비 5조3000억원 중 60%는 차입금. 인천국제공항공사측은 미군측에 대한 특혜가 재무구조개선 및 외자유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면서도 정부의 입김에 눌려 대응을 자제하는 실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인천신공항의 재무분석 결과 시설이용료를 김포공항보다 최고 20배 인상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예외를 인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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