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인수로 가닥을 잡아가던 판세에 먼저 제동을 건 것은 포드.
협상이 시작되면 별도의 실사 없이 국내채권단의 실사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힐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포드는 특히 “GM이 대우차를 수의계약으로 인수하는 것은 부당하며 국제입찰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채권단과 현대자동차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에 따라 포드와 현대가 GM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포드는 자회사인 일본 마쓰다 등을 통해 아시아시장에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한 상태여서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GM이 헐값에 인수하는 것은 막겠다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GM의 리처드 워그너사장은 10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국기자를 만나 “대우차 처리문제는 경쟁입찰보다는 수의계약이 바람직하다”며 협상의 기득권을 주장해 양사간 인수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워그너사장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우차의 지분을 100%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제3의 기업과 연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루마니아 로데공장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을 따져 인수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그동안의 일괄인수 보도를 부인했다.
GM은 이에앞서 6일 본사 이사회에서 대우차 인수추진 방침을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GM이 조만간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담은 제안서를 채권단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다임러크라이슬러도 최근 대우차 처리상황을 탐색하기 위해 채권단과 접촉을 추진, 주목을 끌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메르세데스벤츠는 대우계열인 쌍용자동차와 93년 자본합작을 했으며 체어맨 이스타나 등에 대해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상태.
크라이슬러는 지금까지 완성차의 북미지역 생산을 고집해왔지만 벤츠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대우 쌍용차에 대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관심거리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특혜시비를 없애고 매각조건을 유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입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중.
다만 입찰을 통해 대우차를 매각하려면 최소한 6개월은 더 걸린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세계 빅3의 움직임 외에도 대우차 매각에는 현대 삼성의 동태도 변수로 남아 있다.
현대는 대우차 인수의사를 부인하고 있지만 GM 포드 등이 대우차를 단독인수할 경우 국내시장에 미칠 파장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 참여 형태 등으로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부산공장을 재가동 중인 삼성도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빅3 가운데 한군데와 제휴, 지분참여에 나설 경우 대우차의 부채규모에 부담을 느끼는 외국회사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도쿄〓권순활특파원·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