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알짜 벤처'에 눈독…"기존사업과 통합 효과"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재벌들의 ‘공격경영’ 바람이 거세지만 내부에서는 공격목표가 ‘안개속’이라는 푸념이 적지 않다. 너도나도 정보통신 분야를 21세기의 승부처로 삼고 있지만 정확히 어느 분야에 돈을 쏟아부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해 고민중이다.

이에 따라 재벌들은 일단 기존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 넘치는 현금을 투자하면서도 신생 벤처기업들을 지원해 가능성을 탐색하는 ‘위험분산형’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찾는 데는 일사불란한 대기업보다는 벤처기업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

▼투자대상 없어 고민▼

▽큰 조직일수록 위험하다〓2000년 정보통신 디지털분야에 6조원 이상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한 A그룹의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눈이 번쩍 뜨이는 투자분야가 없어 고민중”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고경영자들은 ‘인터넷 분야 신사업을 발굴하라’고 독촉하지만 ‘큰 덩치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투자분야는 여간해선 찾기 어렵다. 조직이 두꺼워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과 거리가 크기 때문이다.

내년중 정보통신 분야에 8조원 가량을 쏟아부을 태세인 B그룹 최고경영진도 최근 사석에서 “기존 체제를 답습한다면 주력사도 10년내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위기상황에서는 대규모 조직과 인력이 변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까지 덧붙였다.

▼지분참여로 위험분산▼

▽‘굴뚝산업’투자는 이제 그만〓재벌들은 올해 내수와 수출 호조로 수조원대의 현금을 벌었지만 내핍경영을 지속, 유동성은 거의 ‘홍수’상태다.

이들이 공개한 21세기 승부처는 대부분 성장가능성이 큰 정보통신 인터넷 생명공학 등.

6대이하 그룹도 정보통신 분야를 가장 유망한 투자분야로 지목했다. 수조원대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장치산업 투자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존사업과 통합 효과"▼

▽벤처에 씨뿌리기〓매력적인 투자분야가 잘 드러나지 않자 재벌들은 일단 여러 유망벤처에 지분을 참여하는 ‘위험분산’을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의 네트워크와 조직을 결합시키면 ‘대박’을 터뜨리면서 사업구조 전환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계산.

삼성물산 벤처사업팀은 올해 9건의 벤처투자에 80억원을 썼다. 스카이데이터(97년) 디지털엑스레이(98년) 등 상당수 성공사례를 축적한 이 회사는 내년엔 300억원을 신규 벤처에 쏟을 계획이다.

강상훈 투자관리팀장은 “대규모 장치산업의 국내외 분업구도가 깨지면서 전체적인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지식정보산업에 대한 외부수혈이 성공하면 기존 사업과의 통합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투자배경을 밝혔다.

삼성물산 같은 종합상사 외에도 삼성전자 한국통신 포항제철 SK㈜ 등 웬만한 대기업들은 최근 벤처투자펀드를 경쟁적으로 출범시켜 새 사업을 탐색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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