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有給 노조전임' 숫자싸움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급전임자수 상한선’에 대한 공방(攻防)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중재안은 ‘노사합의하에 임금을 지급할 경우 대통령령이 정한 수를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선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재계쪽 입장을 반영한 대목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유급전임자수는 6598명(반전임자 포함할 경우 8191명). 조합원 212명(반전임 포함하면 171명)당 1명의 전임자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독일은 조합원 300명당 1명, 미국은 조합원 1000명당 1명, 일본은 조합원 500명당 1명의 전임자를 두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파악이다.

정부는 한국노총과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같은 통계를 근거로 상한선 규모에 몇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한국노총이 이에 반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생각은 대충 이렇다. ‘2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에 노조일만 하는 전임자를 둘 필요가 있느냐. 또 큰 사업장의 경우 전임자가 너무 많다. 따라서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하고 국내 전임자의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상한선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일단 법을 개정한 이후 노사정위에서 검토, 시행령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사자율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즉각 발끈했다. 상한선의 원칙을 찾기도 어렵고 상한선 이하가 되는 사업장의 경우 또다른 노사갈등의 원인이 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노총산하 노조의 대부분이 소규모 노조라는 사실이 이면에 깔려 있다. 요컨대 상한선 규정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재계 입장도 요지부동이다. 재계는 정부와의 협상과정에서 “법개정은 절대 안된다. 만약 전임자 처벌조항을 삭제하더라도 전임자 규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특히 산별연맹이나 상급단체로 파견되는 유급 전임자가 많다는데 불만을 갖고 있다. 97년 이후 생긴 노조의 경우 전임자에게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관례가 확립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평지풍파’격으로 공연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정부는 한국노총과는 각론상의 문제만 남았으며 재계를 설득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위 일각에선 현 전임자수를 인정하고 재계에 다른 ‘당근’을 제시하면 난마처럼 꼬인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 관한 한 아직 재계와 이해가 엇갈리고 지금까지의 재계 설득작업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여서 ‘완전타결’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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