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무조건 팔고보자는 투매가 러시를 이루면서 코스닥지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확대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8.38포인트 떨어진 258.50을 기록했으며 특히 벤처지수와 인터넷업체가 포진한 기타지수는 각각 31포인트, 69포인트씩 폭락했다.코스닥시장의 상승세에 당혹해하던 애널리스트들은 “‘미래 성장성’을 테마로 줄곧 무서운 기세로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시장이 오랜만에 ‘조정다운 조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제주의 동반폭락〓이날 코스닥시장에선 ‘황제주’ 새롬기술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전체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견인해오던 새롬기술이 오전장 하한가로 급락하자 이 여파는 곧바로 인터넷 정보통신 등 시장 주도주군으로 확산되면서 동반폭락세를 이끌었다.
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100만원을 웃돌던 한국정보통신 태광벤드가 하한가로 급락했으며, 디지틀조선 삼구쇼핑 등 고가주도 잇따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날까지 26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계속하면서 황제주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등록 이후 처음으로 44만5000여주의 대량거래가 이뤄지면서 향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영증권 노근창연구원은 “새롬기술은 그동안 코스닥에서 이른바 ‘새롬교(敎)’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코스닥시장을 이끌어오던 맹주였다”며 “새롬기술이 무너지자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됐다”고 말했다.
매매체결 지연으로 거래가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무조건 팔고보자는 생각으로 ‘낮은 가격’에 매도주문을 내는 바람에 하락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할듯〓대우증권 투자정보부 이영목과장은 “코스닥시장의 상승추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막을 내린 것 같다”며 “이익을 실현하면서 올 연말장을 마감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날 강세를 보인 미국 나스닥시장에서도 인터넷 관련주들은 하락세를 면치못했다”며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에서도 인터넷 정보통신관련주의 조정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근창연구원은 “코스닥지수 기준으로 200선, 벤처지수 기준으로 45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장기전망은 밝다〓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볼때 코스닥 전망은 낙관적이라는게 애널리스트들의 지배적인 의견.
미래에셋 자산운용 장덕수코스닥팀장은 “심리적인 공황으로 투매양상까지 벌어졌지만 그동안 많이 오른 점을 감안할 때 하락폭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장팀장은 “밀레니엄칩인 인터넷 정보통신관련 우량주들이 코스닥시장에 잇따라 등록되면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코스닥시장 참여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초 반등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조정후 재반등을 시도할 때는 막연한 ‘성장성’테마보다는 구체적인 실적이 겸비된 우량종목이 선별적으로 상승하는, 한단계 레벨업된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