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자사주매입 붐]"이래도 '찬밥'취급 할래?"

  • 입력 1999년 12월 27일 20시 49분


‘더이상 정보통신과 인터넷 기업에 밀릴 수 없다’

거래소시장의 실적호전 대형우량주가 IMT―2000 서비스 관련 등 정보통신주 등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자 이들 기업이 본격적인 주가관리에 나섰다.

올해 상당 규모의 흑자와 내년의 엄청난 수익 예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자 자사주매입을 통해 주가를 올리겠다고 나선 것. 전문가들은 내년 1월 하순부터 기업실적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고 투신사의 환매부담이 줄어들면 매수세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주의 자사주매입〓현대중공업이 지난 8월 거래소시장에 등록할때 실시한 공모금액은 주당 5만2000원. 올해 당기순이익 2500억원, 경상이익 503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정작 주가는 1만원이나 떨어졌다. 참다못한 현대중공업은 증시사상 최대규모인 3000억원의 자사주펀드를 설정, 내년 1월5일부터 2001년1월4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더 답답한 곳은 포철. 신세기통신 지분 27.4%와 SK텔레콤 지분 6.5%를 맞교환한 이후 SK텔레콤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400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포철 주가는 오히려 내려가 데이콤에 ‘빅5’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겪고 있다. 포철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산업은행 보유 지분 3%를 332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유통물량을 줄여 주가를 올리겠다는 것.

한국가스공사도 주가가 공모가인 3만원을 밑돌자 공모참여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따라 가스공사는 여유자금 1000억원으로 자사주 300만주 매입을 선언하며 적극적인 주가관리에 돌입했다.

▽중저가 우량기업도 가세〓요즘 일부기업의 주식담당자는 주주들의 항의전화로 업무를 제대로 못보고 있다. 실적호전 우량주라고 해서 투자했는데 오히려 주가하락으로 큰 손해를 입었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 해당 기업들도 코스닥기업보다 주가가 훨씬 낮아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주가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고려산업개발은 지난 6일 100억원의 자기자금으로 내년 12월5일까지 1년동안 120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우량보험사인 대한재보험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B-로 2단계나 올렸으나 주가가 움직이지 않자 자사주매입에 71억원을 배정했다.

▽1월 하순 실적장세 기대〓증권전문가들은 내년초에도 정보통신 및 인터넷종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신사가 지난 6,7월 설정한 펀드의 만기가 끝나는 1월 하순에는 저평가 우량종목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김군호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투신사가 지난 6,7월 설정한 6개월 만기 펀드의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대형주를 팔고 있다”며 “1월 하순부터는 투신사가 정보통신과 저평가 우량종목을 집중편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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