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작년 국내증시에서 50조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올렸으며 현재 보유중인 주식의 시가총액은 80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3% 가량으로 추정된다.
양과 질 양면에서 가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의 증시 전망과 투자동향에 귀기울일 수 밖에 없다.
외국투자자들의 대리인 격인 외국증권사들은 올해 국내증시가 실물경제의 회복세를 반영해 꾸준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실물경제의 빠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 압력은 심각하지 않고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더라도 한국 정부가 이를 금리인상보다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완충시킴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증시가 안정된 여건 하에서 순항을 계속할 것이라는 기대다.
▼건설-투자수요 중심…성장률 6∼7% 추정▼
▽경제 전망=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다소 낮은 6.0∼7.0%로 추정됐다.
재정지출 감소, 개인저축 증가, 재고투자의 성장기여도 하락 등이 성장속도 둔화의 주요인이지만 건설수요와 기업 투자수요를 축으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내수 증가 등으로 올해보다 높은 2.5∼4.0%로 예상됐다. 살로몬스미스바니증권은 1사분기에 임금및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생산활동이 잠재성장 수준에 육박할 하반기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금리도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원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해 물가압력을 피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낙관적…일부 금융불안 우려▼
▽증시 전망=외국증권사들은 한결같이 한국 증시를 낙관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으며 엔화강세 지속으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많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본이익률을 높였으며 대우사태 이후 주요기업들의 신용상태가 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국내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2001년까지 70% 증가해 아시아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증권사들은 그러나 대우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금융시스템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소화해내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모건스탠리는 첨단기술주 통신주 철강주 등의 편입 확대와 은행주,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종목 등의 비중 축소를 권유했다.
ING베어링증권은 대우관련 손실이 확정돼가면서 일부 은행주를 비롯한 우량 금융주들이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투자자들은 올해에도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연초에는 일단 관망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작년말의 극단적인 종목별 차별화의 후유증으로 상반기중에는 어느 정도의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