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1990년대의 미국 기업들이 점점 치열해지는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예산의 압박, 빠른 이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 등으로 인해 커다란 기술적 혁신과 장기적인 이윤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규모 연구를 포기하고 있다고 우려했었다. 그리고 최근 회사 연구소의 문을 닫은 W R 그레이스와 이스트만 케미칼이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을 대표하는 비영리 재단인 산업연구소의 새로운 조사결과에 의하면 업계의 전반적인 추세는 전문가들의 우려와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 관리들 역시 인터뷰에서 이 조사결과를 확인해주었다.
산업연구소가 이번에 내놓은 ‘산업에 관한 기본 연구’라는 보고서는 연방 정부의 자료와 연구소 자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은 위험도가 크고, 장기적이며, 혁신적인 연구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보고서를 집필한 찰스 라슨은 “연구 개발의 증가추세에 매우 놀랐다”면서 “얼마 전부터 이런 추세가 있음을 감지하기는 했으나 정확한 숫자로 확인을 하고 나니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이 1994년에는 971억 달러였으나 99년에는 16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년 동안 연구개발비가 무려 71%나 증가한 것이다. 연방정부가 99년에 연구개발비로 700억달러를 쓰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두 배가 넘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방정부는 원자핵 파괴장치나 우주망원경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두에 서 있었다.
그리고 1990년대 초에 기업들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비를 삭감했었다. 따라서 1992년에는 일본이 세계 최고의 산업 연구개발 후원국으로서 미국을 제쳤다고 여겨졌다. 일본은 새롭고 혁신적인 물건과 서비스의 생산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음으로써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선두의 자리를 다시 탈환했다. 98년에 일본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950억달러로 미국에 비해 훨씬 적다.
기업이 지출하는 연구개발비의 대부분은 보통 새로운 상품의 시제품을 만들고 이를 테스트하는 작업처럼 비교적 평범한 일에 쓰인다. 내일을 위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공정,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연구에 쓰이는 돈은 이보다 적다.
그런데 라슨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에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본적인 연구들이 지난 5년 동안 일반 연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1994년에 61억달러였던 기초연구비가 99년에는 109억달러로 늘어 79%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초연구비를 이처럼 증가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생명공학과 정보기술 분야의 기업들이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매출액의 17%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한다고 보도되고 있으며, 매출액과 비교한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이보다 더 큰 회사들도 많다.
라슨은 세계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이러한 연구개발비 증가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또한 기업의 건전한 이윤과 건전한 자금흐름 덕분에 연구개발비를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연구개발비 증가의 다른 요인으로 경제가 점점 지식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을 꼽았다. 따라서 기업의 지적인 자산을 늘리는 것이 매출, 이윤, 주식가치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라슨은 또한 인텔, 휴렛팩커드, 제록스 등 많은 회사들이 기술혁신을 후원하기 위해 독립적인 회사들을 새로 설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 분야의 지출을 관리하는 연방기관인 국립 과학재단의 존 잰코프스키는 산업연구소의 조사결과가 과녁을 제대로 맞히고 있다면서 “우리가 조사한 결과 역시 연구개발비의 강력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업의 연구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추세이다”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122899sci―research―mone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