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경제정책 전반을 직접 관장, ‘대통령 겸 경제부총리’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제 외환위기가 극복된 시점에서 김대통령이 경제현안 모두를 직접 챙기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대통령은 앞으로 경제문제보다는 총선 등 정치현안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총리는 경제팀장으로서 각종 경제현안을 조정 총괄해나가게 된다.
강봉균(康奉均)재정경제부장관은 3일 시무식에서 “부총리급 재경부는 책임져야할 일이 많아질 것이며 타부처를 장악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새 체제하에서 재경부는 경제정책국 기능을 강화하여 새로운 정책개발에 주력해나갈 계획이다.
또 경제부총리가 팀장으로서 경제현안을 조정총괄하도록 경제장관회의도 부활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경부가 과거에 갖고 있던 예산권과 금융관련 권한을 되찾아오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강장관은 “타부처의 기능을 다시 갖고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재경부는 지난해 6월 발족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각 부처의 경제정책을 조정하고 총괄해 왔다. 그러나 정책조정에 힘을 주는 예산권은 기획예산처, 금융관련권한은 금융감독위원회가 각각 갖고 있는 상황에서 재경부의 조정역할은 충분히 발휘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 부처간 이견과 갈등이 적지 않았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각종 금융관련 법령 제정권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였고 투신 및 대우대책,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 등 각종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일부 의견대립이 없지 않았다. 재경부와 공정위는 지주회사설립, 총액출자제한제도 등을 놓고 이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으로 재경부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면 부처간 불협화음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재경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로 승격하면 재경부의 공룡화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경원 시절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지시했던 행태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재경부가 예산권 과금융관련 권한을 되찾아오지 않는 한 공룡 부처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초대 부총리로는 강장관이 유력한 가운데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강장관은 올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데다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 초대부총리로서 적임자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경제부총리라는 자리가 단순히 업무능력만을 감안한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비중을 가진 인사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