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희망자들은 대부분 증권사 직원, 외국계 헤지펀드, 사채업자와 엔젤 투자로 ‘한몫’ 챙긴 사람들. 그러나 명예퇴직한 회사원, 대학생, 주부에서 심지어는 농부까지 있었다는 게 유사장의 설명이다. 조만간 40억원의 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그는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25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엔젤 투자의 실상을 전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유망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엔젤’투자가 코스닥 열풍을 타고 지나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장외 주식을 알선해 주는 사이트만 수십여개에 달하고 인터넷경매 사이트를 통해서도 거액의 장외 주식거래가 이뤄진다. 디지털 리코더를 개발한 서울공대 교수들이 모여 설립한 ‘3R’가 최근 실시한 인터넷 주식 공모에는 무려 3000억원이 몰려 ‘프리(pre)코스닥’ 엔젤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내달 코스닥 상장 예정인 인터넷 교육 전문업체 (주)아이빌소프트는 하루에 두세 건의 투자 제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 회사에 몰린 엔젤들은 거액을 제시한 뒤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나 일부 엔젤 투자에 무지한 사람들은 투자를 전제로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가족을 취직시켜 달라거나 경영에 참여시켜 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나오는 실정.
아이빌소프트 진교문 사장(36)은 “최근에는 거액에 회사를 인수하겠다며 인수합병(M&A)을 내걸고 접근해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이런 엔젤들은 기업의 성장성을 따지기 보다는 코스닥에 등록한 뒤 주가가 오르면 내다팔아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의 활황만 믿고 유망 벤처기업 주식을 선점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보다는 입소문에 의지하는 최근 엔젤투자 열풍에 대해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창업투자사들이 지분 참여한 벤처기업들은 그나마 덜 위험하지만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변변치 못한 기업이 단순히 ‘벤처’라는 이름으로 실상을 부풀려 투자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벤처투자 전문인 IT벤처 연병선 사장은 “외국 엔젤의 경우 벤처기업 초기에 벤처캐피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투자하지만 우리나라는 벤처캐피털보다 2∼3배 높은 가격에 엔젤 투자가 몰린다”며 “좋은 기업이 걸려 10명 중 1명쯤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