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개장 첫날 30P 급등…"첫걸음부터 상큼"

  • 입력 2000년 1월 4일 20시 14분


새천년 첫 주식시장이 초강세를 보이며 첫 걸음을 내디뎠다. 종합주가지수 30포인트 가량 폭등하면서 오른 종목이 떨어진 종목보다 2배나 많았다. 정보통신 인터넷 등 ‘밀레니엄 테마’에 밀려 소외받았던 주식들이 크게 올랐던 것.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변주’에 머물렀던 실적호전 우량주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블루칩 ‘사자’몰리며 상승세▼

▽급등락 장세=4일 종합주가지수는 오전10시 개장직후 30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급등세로 출발했지만 데이콤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정보통신 관련 대형주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곤두박질. 그러나 정보통신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포항제철 한국전력 삼성전자 등 블루칩과 금융주 중심의 주변주로 매기가 몰리면서 주가 그래프는 약간의 오르내림은 있었지만 상승세를 탔다.

일교차가 50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냉탕’과 ‘열탕’을 오간 하루였지만 마무리가 좋았다. 코스닥시장 역시 한때 종합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작년말 종가보다 10포인트 이상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데이콤 하한가등 情通株 약세▼

▽정보통신주 약세=작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정보통신 열풍이 모처럼 잠잠해졌다. 정보통신주의 선봉으로 꼽히던 데이콤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데이콤은 외국인들이 10만주가량의 ‘팔자’주문을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가격제한폭까지 밀렸고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여타 정보통신주의 동반하락을 불렀다. 코스닥시장의 다음커뮤니케이션 한국통신프리텔 로커스 등도 ‘뭇매’를 맞았다. 반면 정보통신 관련주로 분류되면서도 확실한 실적이 뒷받침되는 삼성전자는 상한가까지 치솟는 초강세를 보였다.

▼은행-증권-보헙등 소외주 약진▼

▽소외주 햇빛보나=상승종목이 557개로 하락종목 291개보다 훨씬 많았다. 끝없이 하락하던 금융주의 약진때문. 이날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주는 업종지수가 10%이상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은행과 증권 종금주는 단 한 개도 떨어진 종목이 없었으며 보험주는 15개 상장종목 중 14개가 올랐다. 이밖에 의약품 철강금속 전기기계 등의 상승폭이 컸다.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전통적으로 1월은 실적장이 나타났었다. 앞으로 1∼2개월은 과도하게 오른 정보통신 및 인터넷주식과 우량 소외주의 가격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인터넷 열풍을 타고 주가가 동반상승한 ‘껍데기 인터넷주’ 중에는 PER(주가수익배율)가 수백, 수천배에 이르는 종목도 많다”며 “이는 투자원본을 회수하는데 수백, 수천년이 걸린다는 뜻”이라고 경고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된 우량 소외주가 드디어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소문따른 뇌동매매 큰 위험▼

▽투자전략=정보통신 테마의 몰락을 예단하긴 이르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투자전략을 짜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

미래에셋자산운용 이병익 펀드매니저는 “3시간동안 열린 4일 주식시장은 올 한 해 예상할 수 있는 증시의 특징을 축약해 보여준 장이었다”고 말했다. 주가등락이 심하고 기업가치보다 성장성을 높게 쳐주는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

그는 “시장에 나도는 소문이나 시시각각 변하는 호가정보에 지나치게 신경쓰면 뇌동매매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뚜렷한 장세관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스닥시장은 옥석(玉石) 가리기가 더욱 진행돼 업계 2위이하 종목은 철저하게 소외되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이 펀드매니저는 내다봤다. 장인환사장은 “2월 대우채 환매범위 확대의 영향이 미리 반영되면 1월 장세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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