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토종펀드의 규모는 손사장이 나래이동통신과 공동설립하는 지주회사 소프트뱅크홀딩스코리아(SBHK)의 자본금 1억달러보다 큰 액수다. ‘토종 펀드’ 는 SBHK의 투자에 앞서 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벤처 투자를 둘러싼 이들간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우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미래산업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5개의 대표적 국내 벤처기업은 인터넷 벤처기업에 집중투자하기 위한 지주회사 설립에 합의하고 이를 15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관련 5개 기업은 지난해 12월22일 회동해 이같은 내용의 지주회사 설립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현재 투자액과 펀드운영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다. 참여기업들은 현재 주가총액이 1조∼2조원에 달해 재원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
한 관계자는 펀드 설립과 관련해 “국내 벤처기업은 우리 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업계 공통의 인식이 바탕이 되었다”면서 “수익성만을 따지는 외국계 펀드와는 다르게 벤처기업이 사회적 역할도 갖출 수 있게 투자전략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토종펀드는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생 벤처기업에 30% 이내로만 지분참여할 방침이다. 이는 손정의사장이 “투자는 하되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투자철학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토종펀드는 투자철학면에서는 손정의펀드와 차별화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손정의사장이 ‘70% 성공확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달리 이제 막 ‘태어난’ 신생벤처에도 적극 투자해 육성하겠다는 것. 토종펀드 관계자는 “성공 가능성이 70%에 달했다면 굳이 손정의사장이 아니더라도 투자할 창투사나 펀드는 많다”면서 “토종펀드는 벤처육성 차원에서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면 신생기업에 대한 시드머니(seed money) 지원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본투자만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업화하기 위한 비즈니스모델 정립이나 경영컨설팅도 적극 벌여나가기로 했다.
한편 펀드 추진관계자는 “이미 일부 벤처기업은 손정의펀드보다는 토종펀드의 투자를 받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고 말해 투자대상 기업 선정작업이 이미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