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관은 13일 오후 재경부장관에 임명되기에 앞서 금융감독위원장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벌 오너들의 모임인 전경련이 기득권 지키기에만 주력해서는 곤란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장관은 금감위원장 재직시 전경련의 역할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어 정부의 향후 재벌정책 방향과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장관은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던 전경련 간부가 대우자동차 처리에는 국수주의자 목소리를 낸다”며 이율배반적인 전경련의 행태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엄연히 대한민국에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데도 전경련이 이를 새삼스럽게 요구하는 것은 재벌의 부정부패에 대한 조사 중단이나 금융시장에서 대기업의 몫을 인정해 달라는 떼쓰기에 다름없다”고 질타했다. 이장관은 “남의 돈을 끌어다 투자를 잘못하고 땅이나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본 것이 누구냐”며 현대의 전남 순천 일대 대규모 부동산 매입과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경영실패의 예로 들었다.
한편 정부는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여신건전성분류기준(FLC)을 은행만이 아니라 보험 종금 금고 신협 등 대출금융기관에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과거경영실적이 없는 우량벤처기업들에도 자금지원이 이뤄지도록 유도해나가기로 했다.
이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며 벤처기업과 코스닥시장을 육성해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는 FLC가 확대 실시되면 그동안 대출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우량벤처기업들도 금융기관 자금을 얻기가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FLC는 해당기업의 과거 경영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이장관은 최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장기금리와 관련해 “장기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만큼 이를 한자릿수로 낮춰야 한다”며 “환율은 기본적으로는 내재가치가 반영되도록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최근의 경기가 과열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물가상승 압력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6% 안팎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장관은 “신용창출 및 지급결제 기능을 갖는 은행에 산업자본이 직접 들어가는 것은 아직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법률 체제를 통해 은행소유를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 이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래정·임규진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