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대그룹이 현대강관을 계열분리하면서 일본 도쿄미쓰비시은행 홍콩법인에 매각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말레이시아 역외펀드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이 펀드의 인수대금 1억6000만달러의 출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에서 계열사 자금이 지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다른 기업에서도 이같은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계열분리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 분야별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유치했다고 밝힌 대규모 외자 가운데 상당액이 국내에서 편법 조달됐다는 혐의를 잡고 지난 연말부터 해외증권 발행사와 인수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해외증권을 발행해 거액의 외자를 조달했다고 밝힌 대기업 중 상당수가 해외증권을 국내에 들여와 투신이나 증권 보험사 등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기업이 발행한 해외증권 중 10억달러 이상이 국내에서 소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 대기업이 지난해 주채권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상의 외자유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같은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간의 부당지원이나 그룹간 협조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