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안이 사이버 네트워크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가진 다른 주부들도 동참하게 된 것. 홈페이지 운영회사측에서도 모임을 지원하고 있어 조만간 이 아파트에는 이웃의 정이 담긴 ‘사랑의 교실’이 꾸려질 전망이다.
‘사이버 아파트’가 스러져가던 ‘이웃사촌’의 옛정을 되살리고 있다. 인터넷 전용회선 등을 갖춘 아파트가 각박한 도심 아파트의 두터운 벽을 허물어 가고 있는 것.
대전 서구 삼천동 꿈나무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산악회와 탁구동호회 골프동호회 등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단지 내에 탁구대를 설치해 저녁시간대에 모임을 갖거나 주말이면 음식을 함께 준비해 인근 산을 오르기도 한다. 주민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주차난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40세 이상이 주축이 됐던 부녀회 반상회에 20∼30대가 여럿 참여해 한층 활기를 띠게 됐다는 것.
이밖에도 대전지역 13개 아파트에는 ‘울림’(042-522-0420)이라는 벤처기업이 만든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 교류가 활발해졌다.
서울 도곡동 아크로빌아파트 옥상에서는 새천년이 밝은 1일 새벽 주민 200여명이 해돋이를 함께하는 이색행사를 갖기도 했다. 자신의 직업과 취미 등을 소개하며 즉석만남을 제안하는 글들도 홈페이지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이 아파트 이승옥씨(29·주부)는 “아파트단지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면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잔칫날 이웃에 떡을 돌리는 집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파트 공급업체들이 분양한 사이버 아파트는 1만여가구.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쌍용건설 두산건설 등 상당수 업체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와 전용회선을 갖춘 아파트를 선보였다. 다른 업체들도 올해 분양물량부터는 ‘사이버망’을 기본사양으로 갖출 예정. 적어도 2002년 이후에 입주하는 아파트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웃과 교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기존 아파트에도 무료로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는 벤처기업이 등장해 홈페이지 제작 붐이 일고 있어 대단지 아파트에 인터넷 홈페이지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권태환교수(사회학과)는 “사이버 아파트는 사이버 커뮤니티와 리얼(현실)커뮤니티를 공존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어 아파트 입주민간의 거리도 점차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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