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도 마찬가지. 90년대 초까지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업체들이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고 망설이는 틈을 타 삼성 LG 현대 등이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투자를 단행, 일본업체를 앞질렀다. 처음부터 대(大)화면 투자에 나선 국내 TFT-LCD업체들의 승전보도 ‘위험을 무릅쓴’ 투자가 결정적 성공요인.
중소기업인 텐트업체 진웅은 외국의 대형바이어와 우호적 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경우. 스키장갑을 만드는 시즈사도 철저한 바이어 관리로 IMF직후 바이어 이탈을 최소화해 위기를 넘겼다.
▽세계 최강제품〓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내놓은 ‘한국의 세계 최강제품 성공비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19개 업체 20개 제품을 ‘세계 최강’으로 꼽았다. 연구소의 ‘세계최강’ 기준은 △세계시장 잠유율이 10% 이상이거나 3등 이내 △매출, 수출이 각각 3년 연속 30, 20% 이상 신장 △시장개척력이 우수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제품 등.
세계 최강엔 D램이나 TFT-LCD 같은 대기업 제품 외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한 중소기업형 제품도 다수 포함됐다. YTC텔레콤의 사오정전화기나 은성디벨럽먼트의 속눈썹성형기, 대성금속의 손톱깎이 등이 대표적 제품.
▽성공비결〓연구소가 지적한 최고의 성공비결은 적기투자. CDMA단말기나 반도체 등 시설투자형 사업에 해당한다. 사오정전화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의 밑천이었다. 이밖에 △한우물파기경영(한국화이버) △철저한 바이어관리(진웅, 시즈) △글로벌경영 등도 각각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지적됐다.
▽더욱 어려워진 ‘세계 최강’제품 개발〓경제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최강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규모 수익을 재투자, 기술력을 선점하는 추세다. 상위 3개사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거나(3강의 법칙), 매출액 상위 20% 업체가 시장의 80%를 장악한다는 법칙(2080)이 유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같은 독과점 추세에 정보통신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명이 80년대 30년에서 최근엔 5년까지 단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