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시장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뉴브리지에 인수된 제일은행이 작년말 정기예금 금리를 한시적으로 올리면서 촉발된 시중은행의 ‘금리 판촉전’은 19일부터 시행된 주택은행의 신용대출 금리인하를 계기로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
한쪽에서 고객기반을 넓히기 위해 비싼 이자로 예금을 유치하자 다른 쪽은 수익감소를 각오하고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맞대응에 나선 것. 아직 이자체계를 바꾸지 않은 다른 은행들은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예금금리 인상폭을 저울질하면서 대출금리 인하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은행마다 금리운용 제각각〓주택은행은 신용도에 따라 연 10.4∼14.4%였던 가계 신용대출 금리를 0.5∼1.5%포인트씩 일괄 인하했다. 전체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리상승 심리가 폭넓게 퍼져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금융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택은행 가계금융팀 오현철차장은 “대출금리를 낮춘 것은 경기가 살아나면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자 수가 크게 줄어 부실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줄겠지만 신규고객을 끌어들이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민 신한 등 우량은행은 소매금융시장 확대책으로 예금금리 인상을 택한 경우. 국민은행은 20일부터 1년짜리 일반 정기예금의 기준금리를 연 7.5%에서 7.9%로 올리고 개인고객에 대해서는 여기에 0.2%포인트를 더 얹어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10일 은행권 최초로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연 8.0%로 인상했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4월말까지 연 7.75%의 1년제 정기예금 이자에 최고 0.75%포인트를 우대하는 상품을 내놓고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우량은행 향배가 변수〓예금금리의 경우 은행들이 저금리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을 의식해 당분간 인상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대출금리 추이는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시장금리 추이 △기존 대출의 부실률 △예금과 대출금리간의 차이인 예대마진 수준 등 세가지를 꼽는다.
현재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은 2∼3%선. 인건비와 제반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부실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추가로 내릴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게 은행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 자본력이 풍부한 일부 우량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 우량은행 관계자는 “부실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장기금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대출금리를 손대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시장금리가 정부 의도대로 내림세로 돌아선다면 은행 전략도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