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주식시장은 개장초엔 900선도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투매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오후장엔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세로 반전하는 등 투자자들은 이날 ‘오락가락하는 장세’에 하루종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대우채환매 임박 불안 확산▼
▽불안심리 확산〓증권전문가들은 대우채를 95%까지 환매해주는 2월 8일이 다가오면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퍼지면서 증시가 요동쳤다고 공통적으로 지적. 특히 대우채 환매와 관련, 일부 금융기관의 부도설이 유포되면서 투자심리는 더욱 오그라들었다.
외국인들의 ‘이중 플레이’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즉 현물시장에선 주식을 매수하지만 선물시장에선 누적기준으로 1만계약을 매도, 단기적으론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렇지만 증시 주변여건은 종합지수가 900선까지 곤두박질할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팀 신긍호과장은 “단기적으로 장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기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투신운용 양유식부장은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8조원에서 106조원이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졌다”며 “정보통신 관련주의 희소성이 사라진 것도 급등락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투신권 매수여력 크게 부족▼
▽매수주체 실종〓투신권의 주식형펀드 수탁고가 정체상태에 있어 투신권의 매수여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 마이다스에셋 박광수주식운용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작년에 크게 올랐던 종목들이 재상승할 계기가 약해 보이자 투자의욕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증시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선물 매도에 치중하면서 프로그램매물을 유발한 것도 수급을 꼬이게 만든 요인이다.
개인들이 주요 매수세력인 코스닥시장의 상황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최근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20조∼30조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코스닥의 경우 엄청난 대기매물로 주가반등이 당분간 어려워보인다”며 “신규 자금이 유입될 때까진 최근의 조정양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900~950선 박스권 예상▼
▽향후 전망〓대신투신운용 양부장은 “거래소시장은 2월초 미국 금리인상과 대우채 환매의 영향이 다음주까지 반영되면서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코스닥의 경우 그동안 너무 올라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에셋 구재상상무는 “종합주가지수 900대 초반은 증시 주변여건으로 볼 때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당분간 조정양상이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병익본부장은 거래소시장의 경우 박스권의 범위를 종전 950∼1000선에서 900∼950선으로 한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실적위주 저점매수 바람직▼
▽투자자 대응전략〓증시의 변동성이 높은 만큼 주식 보유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래에셋 구상무는 “올해 장세는 극심한 차별화가 펼쳐질 것”이라며 “실적과 성장을 겸비한 주식으로 매수종목군을 좁힐 것”을 주문했다. 마이다스에셋 박팀장은 “조정이후 어떤 종목군이 주도주가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2월초 발표되는 기업의 실적을 참고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는 종목을 저점매수하는 전략을 펼칠 만하다”고 지적했다.
대신투신운용 양부장은 “코스닥의 경우 주가가 동반하락하지 않는 종목을 주도주로 볼 수 있다”며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고 이번 기회에 경쟁력있는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 것도 요령”이라고 말했다.
<이강운·이진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