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21일 나라종금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3개월 영업정지를 당한데 이어 대우의 자금중개역할을 했던 2개 종금사에도 예금인출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2월 8일 투신권 환매까지 겹칠 경우 금융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투신권 환매대책에 매달려온 정부는 종금사 사태가 터지자 긴급 진화에 나선 상태다.
▽불안한 종금사 더 있나〓금감위 양천식(梁天植)구조개혁단1심의관은 23일 “나라종금을 제외하고는 종금사에서 문제될 만한 곳은 없으며 이번에 시장에 잠재된 불안요인을 제거했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나라종금이 대우의 자금중개로 인한 불신으로 시장에서 악성루머가 확산되고 이에 따른 예금인출로 쓰러졌듯이 이미 시장에서는 대우에 자금중개를 해준 2개 종금사 및 나라종금과 거래했던 지방은행에 대해서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재무구조가 건실한 나머지 종금사에도 불똥이 번질지 우려하고 있다.
동양종금의 한 고위관계자는 “종금권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져 예금인출사태가 빚어질지 걱정”이라며 “또 투신권이 최근 환매자금 확보차원에서 여신을 회수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2월8일 투신권 환매와 맞물리면서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지가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진화작업〓정부는 다음주에도 종금사의 자금사정이나 금융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유동성 지원 등 세부대책 실행에 들어가는 한편 24일 긴급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추가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아름종금이 일부 종금사에 지급해야 할 예금대지급금 620억원을 24일부터 지급하도록 조치한 이외에도 한아름종금이 은행에 지급해야 할 예금대지급금 3조5000억원 중 일부를 은행에 지급하고 이를 은행이 종금사 지원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은행과 정상영업중인 9개 종금사가 크레디트라인을 설치해 소요자금을 24일부터 지원할 수 있도록 협조체제로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를 매입해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유사시 한은의 지원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2중, 3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라며 “종금권의 경우 나라종금 영업정지 이후인 22일 수신규모가 325억원이 증가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