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초반 가전산업을 시작한 지 40년. 선진국에 비해 30∼40년 뒤늦게 뛰어들어 눈부신 속도로 격차를 좁혀왔지만 아직 세계일류 대열에는 진입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스스로의 평가.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아직 2류”라면서 “디지털가전이 도입되는 지금이 세계일류가 되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디지털가전 시장은 국내 업계가 세계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무대. 기존 가전에 디지털기술을 결합한 디지털가전은 국내업계가 선진국과 비슷한 시기에 착수해 기술 격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총투자비 70%이상 집중 ▼
▽세계일류로 도약할 기회는 지금〓삼성 LG 대우전자 등 국내 가전3사는 전자레인지 등 특정분야에선 상당히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자 브랜드로 수출하는 시장은 대부분 선진국 업체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지역. 선진국 시장에는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하청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는 디지털가전을 통해 일류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총 투자비의 60%를 디지털가전에 투입한 데 이어 올해 총 투자비 1조2000억원 중 80% 가량을 디지털사업에 쏟아부을 계획.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 TV공장을 디지털TV라인으로 교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잔뼈가 굵은 진대제 부사장을 지난해말 정보가전 총괄대표로 임명했다. 디지털 마인드가 앞선 사람이 차세대 디지털 가전 책임자로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
전열을 가다듬은 대우전자도 올해 전체 연구개발비의 70%를 디지털가전에 투자하는 한편 디지털가전 연구인력을 현재 500명에서 700명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 선진국시장서 정면승부 ▼
▽선진국시장을 공략하라〓디지털TV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플레이어 PDP(벽걸이TV)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가전의 특징은 초기단계여서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에만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 이에 따라 내수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수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소니 등 일제보다 10∼15%씩 가격을 낮게 책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대등하거나 때론 더 비싼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
디지털TV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각각 2만대와 2만5000대를 미국에 수출했으며 대우전자는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올해 10만대를 북미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올해 각각 15만대와 20만대를 미국에 수출할 예정.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