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에 육박하는 펀드수익률을 달성했던 펀드매니저들도 요즘같은 장세에선 ‘정말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일반인들의 사정은 더욱 참담하다. 주식은 이미 반토막이 나버려 팔 엄두조차 나지않는 상황이다.
25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과 투신의 ‘쌍끌이장세’에도 불구,900선이 붕괴되는 초약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기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지지선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내달 8일 대우채 환매에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비축했다고 하더라도,투신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다시 간접투자시장으로 환류하지 않는 한 주가반등의 모멘텀을 잡기가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악재에는 민감,호재엔 둔감〓25일 주가폭락의 기폭제는 오전 일찍 전해진 미국증시의 폭락소식. 금리인상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다우지수는 2.2%,나스닥지수는 무려 3.3%나 폭락했다.문제는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던 국내 증시가 미 증시의 폭락소식엔 호들갑을 떨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 특히 코스닥시장은 전날 대통령이벤처기업 육성의지를 피력했는데도 불구, 이날 폭락세를 보임으로써 ‘대통령의 말 한마디보다 나스닥시장이 더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셈.
이는 국내증시의 체력이 외풍에 심하게 동요될 정도로 고갈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우채 환매부담과 이로 인한 일부 금융기관의 자금악화설로 금융시장 불안양상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 증시의 폭락소식은 투매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굿모닝증권 장용훈투자분석부장은 “대우채 환매일을 코앞에 둔 이번주가 힘든 한주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900선 붕괴는 너무 심한 것 같다”며 시장은 이미 과매도상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그래도 산다〓외국인은 이날 지수폭락에도 불구,1000억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날 순매수 규모가 374억원으로 줄어들어 순매수 열기가 점차 식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대두됐지만 이날 하락장에서의 적극적인 ‘사자’주문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173억원을 순매수, 지난 17일 이후 7일 연속 순매수행진을 펼쳤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미국 증시의 불안한 등락에도 불구,외국인들은 900선 안팎에선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만큼 주식이 저평가상태에 있다는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달말 또는 내달초 상황이 관건〓증시 반등의 계기는 아무래도 다음달 1,2일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결정될 금리인상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이 회의에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인 0.25%포인트정도 금리가 인상된다면 미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이는 곧바로 국내 증시반등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금리안정 기조가 정착되고 대우채 환매자금이 간접투자시장으로 되돌아와야 비로서 증시가 탄력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기대할 경우 이번주말 또는 다음주초에 반등을 위한 탐색전이 펼쳐질 것 같다”고 전망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