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벤처 정서를 바로잡지 않으면 벤처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벤처리더스클럽’ 결성 모임. 화제가 이른바 ‘반벤처 정서’로 모아지자 자리를 함께 한 벤처기업인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눴다. 요즘 벤처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벤처기업들의 초고속 성공신화가 잇따르면서 한편으로는 ‘반벤처 정서’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정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일반인들의 상대적 박탈감. 여기에 거센 벤처 열풍에 밀리고 있는 대기업의 의도적인 견제 움직임도 반벤처 정서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
이민화(李珉和)메디슨회장은 25일 벤처기업들의 공익재단 설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부 국민과 대기업 사이에서 벤처기업들에 대한 반감이 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회장은 그러나 “이 같은 정서가 일부 언론을 통해 의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면서 ‘벤처 음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는 데 대해 긴장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한편으로는 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벤처의 지나친 성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 모임에서 손병두(孫炳斗)전경련부회장과 이찬진 전한글과컴퓨터사장이 벌인 벤처 열풍에 관한 논쟁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손부회장은 “벤처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모든 투자 재원이 벤처에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 반면 이씨는 “아직도 벤처기업은 더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할 시기”라고 반론을 폈다.
전경련 관계자는 “수십년간 키운 기업의 주식시가총액이 2, 3년 안팎의 신생 미니기업에도 못미치는 것에 대해 대기업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코스닥 등록으로 막대한 순익을 거둔 사람들이 70, 80년대 땅투기로 돈 번 사람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벤처기업들은 이같은 일부 반벤처 정서에 당혹스러워 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과거의 재벌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100억원대의 공익재단을 잇따라 설립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나눔의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재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이다.
여기에 각종 벤처클럽을 결성해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여론화하는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산업자원부 이석영(李錫瑛)기획관리실장은 “이 같은 현상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벤처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진단.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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