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 주식투자 사실… 공모주청약시 가계대출 늘어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41분


‘은행 빚을 얻어 주식투자에 뛰어든 샐러리맨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한국은행의 자금분석 결과에서도 대체로 확인됐다.

27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이 개인고객에게 빌려준 자금의 흐름을 10일 단위로 분석한 결과 대규모 공모주 청약이나 유상증자가 이뤄진 시기에 가계대출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작년 9월의 경우 1∼10일과 21∼30일의 가계대출은 평균 2877억원 증가한 반면 11조원 규모의 담배인삼공사 공모주청약(13∼15일)이 낀 11∼20일에는 무려 1조832억원 늘었다. 교보증권 등 8조원의 공모주청약이 몰린 10월 하순엔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3579억원으로 초순과 중순 평균(41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11월은 한국가스공사 공모가 있었던 하순에, 12월은 한통하이텔 LG홈쇼핑 등의 공모주청약과 유상증자가 실시된 초순과 하순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각각 1조원을 넘어서 평소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월별로도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였던 6월과 11∼12월에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확대돼 주가가 급등한 시기에 은행 돈으로 주식에 투자한 가계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작년에 주식투자열풍이 불면서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주식매입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가 폭락할 경우 은행 빚을 제때 못 갚는 채무자가 속출해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환위기 여파로 98년에 3조8000억원 감소했던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경기회복에 따라 은행들이 개인고객에 대한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8조9000억원 증가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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