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거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가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MS는 지난해 2월 한솔M.com과의 전략적 제휴를 시작으로 3월 드림라인, 11월 초고속통신업체 시제이드림소프트 및 한국통신프리텔과 손을 잡았으며 이달 28일에는 국대최대 통신사인 한국통신과 인터넷사업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통신 시장을 완전 석권하려 한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나돌 정도.
▽PC 기반에서 무선 인터넷 시장으로의 대전환〓70년대와 80년대 “모든 책상과 집에 컴퓨터를 놓겠다”던 MS는 최근 ‘Anytime anywhere on any device’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장치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
MS는 이를 위해 PC가 아닌 이동전화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 모바일익스플로러(ME)를 개발했으며 PC보다 작은 인터넷 접속장치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인 CE의 개발도 이미 완료했다.
또 자사의 솔루션을 사용할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업체나 이동통신 업체라면 누구든지 손을 잡겠다고 공언하고 이들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선점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보통신 업체들이 MS와 ‘짝짓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특히 무선인터넷 솔루션에서 경쟁중인 폰닷컴(Phone.com)과의 경쟁은 MS의 제휴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폰닷컴은 WAP(무선통신규약)표준 제정을 위해 구성된 ‘WAP포럼’의 의장(議長)사이며 현재 LG텔레콤과 신세기통신 일본 DDI, IDO 등에 HTML(하이퍼텍스트생성언어) 방식의 웹 브라우저를 제공하고 있다.MS의 최근 행보는 무선인터넷 시장에서의 표준 제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아시아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목표는 12억 중국시장〓 MS의 한국시장 공략은 중국 본토 진출을 위한 전주곡.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의 인터넷익스플로러는 넷스케이프에 밀려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는 모바일익스플로러를 통해 12억 중국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한국은 일본에 비해 초기 시장진입이 쉽고 성향이 중국과 흡사한데다 인터넷, 이동통신 시장이 아시아 국가들중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의 성패는 중국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MS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업체를 가리지 않고 전략적 제휴를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