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차익 과세 파문]주가 하락등 금융시장 혼란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21분


김유배(金有培)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이 1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없이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방침 등 예민한 경제현안에 대해 언급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8일 대우채 환매일을 앞두고 불안한 상태인 금융시장은 김수석의 발언 직후 외국인까지 매도에 나서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15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문제는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재정경제부 등 관계부처가 그동안 극도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 왔던 현안이다.

김수석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연계해 추진하는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말해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세를 선언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내년부터 실시되는 만큼 김수석의 말은 주식 등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는 뜻으로 해석돼 증권시장에 전파됐다. 정부 실무자도 아닌 대통령수석비서관의 발언인 만큼 확정된 정책으로 받아들여진 것.

김수석은 또 기업 내 근로자에 대한 성과배분을 의무화하고 국민주 방식으로 공기업을 민영화해 중산층 서민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의 추진을 위해 정부는 올해 안에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8개 관계부처 장관으로 사회노동정책조정회의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재경부는 김수석의 발언이 알려지자 ‘유가증권 양도차익의 과세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서를 급히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재경부는 해명서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고 △올해 기업과 금융의 2단계 구조조정 완수 및 중소벤처기업의 육성이 필요한 만큼 양도차익 과세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는 증권시장의 규모와 발전정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독일도 비과세 원칙 아래 일부 대주주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미국도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과세하는 등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한편 재경부는 이날 오전 김수석의 발언이 전해지고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반전한 뒤에야 관련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실이 사전에 주무부서인 재경부와는 전혀 협의를 하지 않은 셈.

파문이 커지자 김수석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문제는 향후 여러가지 논의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과제로서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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