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달 17일부터 1일까지 12일(거래일 기준)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266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여 꺼져가는 코스닥시장에 다시 불씨를 지폈다. 이같은 순매수 규모는 작년 한 해동안의 1905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것.
이들은 1일에도 거래소시장에서는 11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코스닥 주식은 362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이달 들어서도 순매수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했다. 1일 매도금액은 40억원에 불과했다.
▼거품 해소 인식 "싸면 산다"▼
▽종합지수 200선 아래서는 산다〓외국인들이 코스닥주식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9∼11월 석달동안 414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12월 주가가 급등하며 코스닥시장 ‘거품론’이 일자 606억원어치를 순매도, 차익을 챙긴 뒤 코스닥 종합지수 200선이 무너질 조짐이 보인 지난달 17일 이후 순매수로 돌아섰다. 싼 값에는 언제든지 주식을 사들일 준비가 돼있다는 것.
ING베어링증권 이길영이사는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판단한 데다 주가가 워낙 싸보이는 종목이 많아 순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지분 높아지면 주가 상승▼
▽외국계증권사 기업설명회(IR)도 한 몫〓외국인들이 새해들어 코스닥주식을 사들이는 데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외국계증권사의 합동 기업설명회도 큰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
첫 테이프는 워버그딜론리드증권이 끊었다. 지난달 24∼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28개 기업 합동 IR에는 코스닥기업이 26개나 끼었다. 로커스 코네스 스탠더드텔레콤 등 IR에 참여한 코스닥기업들은 이후 외국인지분율이 크게 높아지며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어 ABN암로아시아증권 IR이 1일 끝났고 ING베어링증권도 21일부터 사흘간 코스닥기업을 중심으로 합동 IR을 개최할 예정.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들은 “국내주식, 특히 코스닥종목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IR을 통해 투자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뒤따르는 개인들이 다시 ‘사자’주문을 내 주가상승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폭 큰 성장주 집중매수▼
▽옥석(玉石)은 구별해서 산다〓값이 싸다고 외국인들이 모든 종목을 다 사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달 17일 이후 순매수대금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로커스 새롬기술 드림라인 한솔PCS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올들어 주가가 반토막 난 인터넷 정보통신주가 대부분. 반면 한글과컴퓨터 디지틀조선 등은 순매도 상위종목에 올랐다.
코스닥증권시장 도양근대리는 “최근 외국인들이 매수타깃은 낙폭이 큰 인터넷 등 성장주”라며 “다시 한 번 코스닥시장에 성장주 열풍이 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