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는 사라지고 있다〓연초부터 주식시장을 짓누른 대우채 환매부담감이 증시에서 점점 희석되고 있다. 당장 지난 2일부터 대우채 95% 환매를 실시해 일시에 몰리는 자금수요를 분산해 불안감을 크게 덜었다. 대우채 문제가 증시에서 더 이상 악재는 아니라는 분석. 꽁꽁 묶여있던 환매자금이 주식형펀드나 뮤추얼펀드로 이동될 경우 시장수급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도 0.25% 선에서 그쳤다. 3월중 추가인상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일단 금리악재가 증시에 충분히 반영된 셈. 시장악재로 남아있는 것은 외국인 매도공세 정도지만 이것도 장세기조를 뒤집을만큼 염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낙관론이 대세는 아니다〓악재들이 하나 둘씩 해결되고 있지만 아직은 증시회복을 낙관하기가 어렵다는 분석. 대우채환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믿고 이미 선취매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월장에서는 연초장을 짓눌렀던 악재가 사라지는 만큼 점진적인 회복세를 기대해볼만 하지만 그렇다고 호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기적인 상승은 점쳐볼 수 있지만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바뀌기는 힘든 실정이라는 것. 이런 배경으로 시장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일정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고 있다.
▽신중론과 낙관론의 혼재〓설전날 증시흐름을 보면 시장참가자들의 장세관을 엿볼 수 있다. 장중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혼조국면이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것. 향후 장세도 일시적으로 900선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단기적으로 1000포인트 문을 다시 두드리는 랠리(상승장)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박용선 SK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설후에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순환매가 도는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수상으로는 900∼960선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시중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증시가 반짝 상승하는 초강세를 점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항녕 대우증권 투자정보부장은 “대우채 환매사태에 대비해 시중유동성이 넘쳐 흐르면서 단기적으로 상승장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유병득 삼성생명투신운용 이사도 단기상승장을 기대하는 낙관론자. 유이사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지만 3월 결산을 앞두고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단기급등 장면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칫하다가는 손해볼 수 있다〓상승장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개인투자자들이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시장흐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면 상승국면에서도 손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상무는 “박스권 장세를 염두에 두고 냉정한 매매를 해야 한다”며 “현지수대에서 오르면 팔고 900선에 근접하면 다시 사는 단기매매를 겨냥하라”고 주문한다. 시장에 휩싸여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 일정 목표치를 설정한뒤 단기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면 사고 파는 전략이 바람작하다는 의견이다. 구재상 미래에셋 상무는 “기업실적이 속속 드러나기 때문에 지난해 영업실적이 뛰어난 회사중 낙폭이 컸던 종목을 고르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