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밸리 새로운 문화]'디지털 세상엔 밤낮이 없다'

입력 2000년 2월 6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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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8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리요리 전문점 ‘황토정’. 인터넷 비즈니스 벤처기업인 10명이 한국소프트창업자문(주) 강세호사장(44)의 주선으로 저녁 모임을 가졌다. 명함 교환과 간단한 수인사 뒤 자신의 회사에 대한 ‘홍보’가 이어졌다.

“잠깐만요, 저희가 개발한 홈페이지 자동제작 프로그램과 그쪽 프로그램이 결합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드림테크놀러지㈜ 장금숙대표(여·32)의 얘기를 듣던 ㈜퓨처비앤씨 심수남대표(31)가 갑자기 손뼉을 치면서 하는 말. 이들 사이에선 정보가 모이면 곧바로 힘이 된다.

‘서울 벤처밸리’로 명명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정보통신(IT)업체 등 1500여개 벤처업체에 디지털 마인드로 꽉찬 젊은이들이 몰려 있어 독특한 ‘벤처맨의 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나누면 커진다▼

정보는 나눌수록 커지는 법. ‘이브’ ‘아이비리그’ ‘보드카클럽’ ‘TV-PR’ 등 벤처기업 종사자가 정보를 나누는 모임들이 속속 생겨나고, ‘화사회’ ‘삼록회’ 등 비공식 모임도 활발하다.

한별인터넷의 웹 마스터인 이현주씨(여·27)는 웹마스터클럽(WMC)의 회원. 인터넷 메신저인 ICQ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번개모임’ 안내가 컴퓨터에 뜬다. 인근 벤처기업에 종종 놀러가 ‘수다’를 떨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주로 모이는 곳은 르네상스서울 인터컨티넨탈 등 인근 호텔과 강남역 부근 ‘황토정’‘마야 레스토랑’과 역삼역근처 ‘제주본가’.

“벤처기업 명함만 보여주면 음식값의 10∼20%를 깎아드립니다. 벤처기업 사람들은 쓸데없는 잡담은 거의 안해요. 식사시간도 다른 직업종사자에 비해 빨라 테이블회전이 잘되지요.”(‘황토정’주인 박안나씨)

▼1인용이 좋다▼

각자 컴퓨터를 앞에 놓고 작업하듯이 먹는 것도 각자 취향대로 주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 불판에 고기를 구워 나눠먹거나, 찌개를 한꺼번에 끓여먹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랜 시간 코스요리를 먹는 중국음식점도 별로 인기가 없다.

“T.G.I.후라이데이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 자주 가죠. 각자 원하는 음식을 시킬 수 있으니까요. 계산은 물론 더치페이예요.”(드림커뮤티케이션 양수진씨)

술의 종류도 맥주 양주 소주 등 병으로 시켜 나눠먹기 보다 칵테일 보드카 데킬라 등을 한 잔씩 시켜 원하는 만큼만 마신다.

▼시간은 없고…▼

출퇴근시간이 따로 없지만 밤새 정보를 검색해 데이터베이스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 유난히 ‘올빼미족’이 많은 것이 벤처밸리의 특징. 그래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 도시락집 빨래방 카페 사우나가 성업중이다.

‘한가네 가마솥 곰탕’ 야간실장 김향곤씨(31)는 “야근을 마친 벤처기업 사람들이 자정 넘어서부터 몰리기 시작해 새벽 4,5시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시락도 밥 반찬 세트 말고 참치죽이나 뼈없는 치킨 등 소화잘되고 먹기 편한 음식이 벤처밸리에서 히트한 ‘벤처 메뉴’. 야식 간식으로 라면 음료수 빵 등을 자주 먹기 때문에 인근 백화점과 아예 배달계약을 맺은 회사도 있다.

닥스클럽(www.daksclub.co.kr)등 결혼정보회사들은 시간은 없고 결혼을 해야겠는 이들을 위해 미리 E메일로 파트너에 관한 정보를 주고 낮12시부터 1시까지 근처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나게 하는 점심미팅을 마련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즐긴다▼

이렇게 밤샘 작업과 강도 높은 노동을 많이 하면 스트레스도 많지 않을까? 그러나 티밸리닷컴의 이승민기획실장의 얘기는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