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큰 폭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건물주의 제의에 초기투자 비용을 줄이려는 황사장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결과. 당초 건물주는 액면가 계약을 요구했지만 협상을 거쳐 상장시점 가격으로 인수가로 정해졌다.
코스닥 열풍과 함께 벤처기업 주식을 싼 값에 인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임대료로 현금 대신 주식을 요구하는 빌딩 주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창업초기에 당장 거액의 임대료를 지불하는 대신 주식을 넘겨주고 투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어서 최근 ‘임대스톡’ 계약이 늘어나는 추세.
현재 벤처 입주바람이 불고 있는 테헤란로 주변 역삼동 삼성동과 논현동 주변 빌딩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한달 평균 10건 가량 스톡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H사도 지난달 초 50평형대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임차료 중 5000만원을 주식으로 냈으며 역시 인터넷 벤처기업인 S사도 지난달말 장외시장 거래가인 주당 1만2000원씩으로 쳐서 주식으로 임차료를 내고 계약을 체결했다.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이미 세간에 알려졌거나 사업전망이 밝은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액면가의 수배에 달하는 장외시장 거래가로 계약을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액면가로 계약을 하는 게 보통.
테헤란로에서 빌딩 임대를 중개하고 있는 한솔임대정보 관계자는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벤처기업 주식을 액면가로 받았다가 수백억원의 돈을 벌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건물주들이 현금대신 주식을 주겠다는 벤처기업과 임대계약을 맺으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간혹 자본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측에서 먼저 임대스톡을 제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어렵고 투자이익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시점인 2∼3년 뒤에도 코스닥 열풍이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건물주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부동산업계에선 지적하고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