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사면 "은행 맘대로"…금감원 제재 나서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6분


회사원 김모씨(32)는 대출금 500만원이 연체돼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가 지난해 12월 빚을 갚은 뒤 최근 카드 발급을 위해 카드사를 찾았다가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다.

은행연합회 신용공동망에서는 삭제되었지만 이 카드사는 주의거래처에 대한 정보를 3년 동안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 이 기간 중에는 카드발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다른 카드사를 찾아도 똑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던 김씨는 끝내 금융감독원에 항의했다.

정부가 신용불량자 사면조치를 시행한 지 한달이 넘도록 김씨와 같은 민원이 끊이지 않자 금감원은 신용불량자 등록해제가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본격적인 업무지도에 나서겠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사면관련 민원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몇몇 금융기관에 대해 업무지도 및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초 신용불량자 사면은 개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을 취했으나 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까지 ‘조속 시행’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시행되지 않자 이처럼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

금감원은 3일 은행연합회, 주요 은행 및 카드사가 참석한 가운데 관련 회의를 갖고 이같은 문제점을 시정하라고 통보했으며 11일 점검회의를 개최해 이행하지 않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민원이 집중되는 곳은 카드사로 일부 카드사는 신용공동망에서 신용불량자에서 해제된 고객에 대해서도 카드 발급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이 아닌 자체 전산망을 운영중인 일부 금융기관이 자체기록을 유지해 고객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며 “최근 사면대상자 명단을 금융계에 배포해 이들의 기록을 서둘러 삭제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밀린 빚을 갚은 사람 중에서도 직업 나이 연체횟수 등을 고려해 각 사가 만들어 놓은 신용평점에 미달돼 카드발급이 안되는 경우도 있으나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여전히 신용불량자로 인식돼 발급이 안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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