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콜금리인상]"예고된 일" 증시 덤덤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10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상소식은 주식시장의 악재가 되지 못했다. 이날 종합지수가 9포인트 가량 하락한 것은 장 막판 쏟아진 대량의 프로그램 매물 때문. 오히려 장중엔 15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한동안 상승기조가 이어지기도 했다.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증권시장 투자자들은 통상 주식을 팔고 채권을 매입하는 경로를 거쳐 투자자금을 이동시킨다. 요즘처럼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금이 증시를 빠져나가게 되면 주가폭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이날 콜금리 인상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 금리인상이 인플레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크게 벌어져있는 장단기 금리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이라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그동안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실세금리에 거의 반영돼왔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상은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장단기 금리격차가 과거 3%포인트의 2배 수준인 5∼6%포인트로 비정상적으로 벌어진 게 사실이고 이에 따른 단기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식투자자들에겐 이미 예고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도 “콜금리 인상에 따라 장기금리가 연쇄적으로 상승할 상황이라면 상당한 악재로 작용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1월 이후 정부의 일관된 통화금융정책 방향으로 자리잡은 ‘저금리 기조’가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선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물가불안 등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할 때는 우리 정부도 얼마든지 저금리 기조를 변경,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참가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켜줬다는 것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단기 금리인상보다는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엔화약세가 오히려 주식시장 상승추세를 가로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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