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재벌 부당 내부거래]편법 총동원 분리기업 특혜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겉으로는 딴 살림, 안으로는 한 재벌.’

공정위 조사결과 법적으로 분리했거나 친족이 경영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재벌들은 갖가지 ‘숨은 고리’로 연결돼 있음이 드러났다. ‘가족간에 돕고 사는 것’은 언뜻 보아 좋은 일 같지만 문제는 거래가 불공정하게 이뤄진다는 점. 친족분리기업을 봐주는 행태는 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을 막고 우량기업을 부실화하는 선단식 경영 폐해의 또 한가지 단면이다.

▼선급금 154억 빌려줘▼

▽무이자대출, 어음 파격할인〓현대자동차는 정주영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순영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성우그룹 계열 성우정공에 선급금 명목으로 154억원을 무이자로 대여해줬다. 또 현대기업금융은 98년12월부터 99년9월까지 계열분리회사인 동서관광개발에 직접 팩토링 금융을 제공하는 등의 수법으로 35회에 걸쳐 2996억원 상당을 정상금리보다 1.09∼2.74%포인트 낮은 연8∼11%의 금리로 대출해줬다.

삼성생명은 신세계백화점에 부동산 담보부로 120억원을 정상금리보다 낮은 연10.6%의 이자율로 대출해줬다. 신세계백화점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발행한 기업어음 150억원을 LG종금을 통해 정상금리보다 24.3% 낮은 할인율로 매입했다.

한화그룹 계열 한화석유화학 ㈜한화 등은 친족독립회사인 빙그레에 408억원을 정상금리보다 4.9∼10.0%포인트 낮은 금리로 빌려줬다.

SK그룹 계열 SK씨앤씨는 한국종금이 발행한 기업어음 393억원을 8회에 걸쳐 6.0∼8.5%의 할인율로 매입해주는 대신 한국종금으로 하여금 계열분리회사인 SKM이 발행한 기업어음 440억원을 정상할인율보다 낮은 7.0∼9.5%의 할인율로 사들이도록 했다.

▽금융기관 들러리 삼아〓금융기관의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하고 이 금융기관이 계열분리회사의 기업어음을 저리 매입하도록 하는 것도 애용되는 수법. LG정보통신은 98년 2∼8월 보람은행의 특정금전신탁에 100억원을 예치하는 대신 구본무회장의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희성그룹 계열사에 90억원의 기업어음을 정상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매입하게 했다.

농심은 교보생명 등 3개 보험사에 434억원을 넣어놓고 이 보험금을 근거로 농심가에 정상금리보다 최고 5.77%포인트 낮은 금리로 253억원을 차입하게 해줬다.

▼지분율 5배 인수하기도▼

▽부실회사 살리기〓부실한 주식을 비싼 값에 사주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98년 금호종금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자 금호종금 기준 주가(2360원)의 두 배인 주당 5000원에, 그것도 자사 지분(2.7%)을 훨씬 초과하는 10.4%나 인수했다.

LG엔지니어링은 금감위에 의해 퇴출대상으로 확정된 LG ENC를 합병하면서 LG엔지니어링의 주식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방법으로 양사의 주식을 1대1로 합병했다. 당시 LG엔지니어링은 외부 회계법인의 공식 회계감사를 거치지 않은 채 적자를 낸 것으로 계산했으나 실제 연말 결산은 흑자였다. 이로 인해 LG엔지니어링의 주식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결과적으로 LG ENC의 주주인 LG건설과 특수관계인을 지원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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